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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삶에 그늘이 많은 유년을 보낸 아이들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본다. 남들이 웃고 떠드는 일들에 함께 웃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신 남들이 눈 여겨 보지 않는 것들을 혼자 바라보는 시간이…
그들의 노래는 나의 노래입니다
“이번 당선으로 이성애자가 게이들의 도시 장악을 염려하는데요. 모두를 위한 의원이 되실 겁니까?” 샌프란시스코 시 의원에 당선되던 날 밤, 하비 밀크(숀 펜)는 하나마나한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이 함의하는 바는 다양하다. “당신들의…
예술의 윤리를 현실의 부조리 앞에서 재현하기 위하여
※ 영화 <세일즈맨>과 <시>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는 영화 내내 단죄를 위해 뛰어 다닌다. 겉보기에 그의 여정은 아내 라나(타라네흐 알리두스티)를 습격한 괴한을 찾아 정의를 세우고 라나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비의 죄를 제 피로 대신 씻는 아들들
지뢰를 제거하는 소년병들에 관한 이야기인 <랜드 오브 마인>을 보면서, 난 문득 지뢰를 묻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궁금해졌다. 나치 강점기 5년 동안, 나치는 혹시 모를 연합군의 상륙을 막겠답시고…
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 『예능, 유혹의 기술』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분명히 내가 뭘 하고 있기는 한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는 일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정점에 달해 있을 때였다. 그때 동료가…
가족이라는 요란한 파열음
세상에 가족만큼 망치기 쉬운 관계도 드물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우린 가끔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 삶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의도를 넘겨짚고, 혼자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믿으며 상대를 상처 입힌다.…
손을 잡자,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이달의 영화로 <스포트라이트>가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있었다. 1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70여분간의 기자회견은 성공적이었고, 미국의 진실을 은폐하는 ‘가짜뉴스’ 매체들이 그 사실을…
책임지는 자가 가족이 된다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결말만 보면 <매기스 플랜>은 매기(그레타 거윅)가 끝내 목표했던 바인 “남편 없이 아이만 가지는 삶”을 어찌어찌 쟁취해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참 험난하다. 아이와 자신만…
다른 세상, 다른 새해를 소망하며. 해피 뉴이어
몇 년 전 몸에 생긴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은 후, 나는 가급적 건강보험 급여 항목 범주 안에서 아파야 한다는 귀한 사실을 배웠다. 심상치 않은 몸 상태로 검진을 받아도 확진을 받아…
안아주자, 우리를 이루는 자질구레함을 <비카인드 리와인드>
이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것과 남길 것으로 가진 물건들을 분류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한답시고 짐을 정리할 때, 난 수년간 모아왔던 V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