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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아픔을 살아갈 순 없겠지만
때때로 울고 있는 사람을 지켜본다는 건 고요하게 수행하는 하나의 작업 같다. 나는 지금 막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의 슬픔이 작은 정육면체 상자 모양을 한 채 허공에 떠오르는 것을 발견한다. 그 상자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를, 기이한 감각
요즘 내 노트북 ‘즐겨찾기’에 나날이 추가되는 것은 ‘ASMR’이다.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후각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심리적 안정감,…
보는 것은 단지 눈의 일만은 아니어서
‘디지털 풍화’라는 말을 생각한다. 웹상의 이미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저화질이 되어 떠도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사이트에서 사이트를 떠돌며 헐어버린 이미지들. 그 생각을 하니 얼마 전 유행했던 위챗 미니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저화질…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비트코인, 자율주행차, 5G로 상징되는 초연결의 세상. 역사책에서나 배웠을 법한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앞에 4번째라는 수식어를 달아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오늘의 세계에 예술가들은 어떤 시선을 던지고 있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3월 23일부터…
도시의 (조각적) 풍경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횡보 염상섭 선생의 동상이 앉아있는 벤치가 있다. 그리 아름답지도, 의미 있지도 않은 조형물 앞에서 나의 교육받은(?), 오만한 취향은 눈살을 찌푸린다. 그렇게 난데없이 등장하는 도시의 공공조형물이 도시 미관을…
죄책감이 스민 햇빛
실수를 실패라고 단정하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 속에 오래 머물다 보면 티끌처럼 사소한 것들에도 번번이 마음을 다치게 된다. 사실은 별 일 아닌데. 그리고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수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