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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윤종신>이 2015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준비한 코너 ‘월간 토크’. 윤종신이 직접 이달의 앨범 커버 작업을 한 아티스트와 만나 대담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구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월간 윤종신>의 아트 디렉터로 활약 중인 이강훈이 함께 코너를 이끈다. <월간 윤종신>이 단순히 윤종신이라는 한 개인의 창작 활동으로만 그치는 것을 원치 않는 윤종신의 새로운 시도를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이번 달에는 아티스트 장콸을 만났다. 안다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그녀의 작품은 강렬하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기묘한 흡인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할 듯하다. 유독 ‘스타일’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그녀는 그동안 여러 패션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다. 2015년부터는 <월간 윤종신>의 전속작가로 활동한다. 이번 대담은 1월 26일 청담동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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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음에 들게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윤종신_1월호는 존 파브로 감독의 <아메리칸 셰프>라는 영화가 테마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저는 노래를 만들었고, 장콸 작가님은 그림을 그렸죠. 그 그림이 바로 2015 월간 윤종신 1월호의 메인 커버가 되었습니다. 작업은 어땠나요?

장콸_일단 식욕을 굉장히 자극하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 맛있는 색깔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빨간색을 사용해봤어요. 영화에서 해변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 해변을 배경으로 그렸고요. 재밌게 작업했어요.

윤종신_영화를 보면, 평론가들의 말에 흔들리는 쉐프의 모습이 나오잖아요. 주연을 맡은 존 파브로는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데, 저는 이게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느 분야이든 비평가들이 아티스트를 좌지우지하잖아요. 결국, 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우리,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인 것 같았습니다. 순수하게 자즐기자는 메시지인 거죠.

이강훈_저도 비평이나 대중적 성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자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즐기면서 만든 영화 같았달까요. 영화 속에서도 좋은 음식이란 격식이나 형식보다는 본질적으로 맛 그 자체가 좋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고요.

윤종신_장콸 씨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작품에 대해 평가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장콸_전문적인 사람에게는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댓글로 의견을 들은 정도이죠.

윤종신_그 의견이 신경 쓰이진 않던가요?

장콸_몇 년 전에는 신경 썼어요. 그 의견에 영향도 받았었고요. 근데 남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고, 표현하고 싶은 걸 맘껏 표현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요. 신경을 안 쓴지 좀 오래되었어요. 제가 마음에 들게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윤종신_주로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죠? 그럼 댓글로 그림에 대한 평가를 보게 되는 셈인데. 댓글을 못 달게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장콸_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는 악플이 없었어요. 하지만 제 그림을 퍼간 다음에 악플을 남기는 경우는 있었죠.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같긴 해요. 제가 모르는 범위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이뤄지는지는 알 수가 없는 거니까요.

윤종신_지금과 같이 SNS로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작업 환경에는 어느 정도는 초탈해야 속편히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반응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어떤 평가를 받든, 뭔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인 것 같고요.

“<월간 윤종신>의 아티스트들은 정말 재미있게 자신의 개성을 모두 발현하면서 작업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윤종신_장콸 씨는 <월간 윤종신>이 선보이는 최초의 전속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전속 아티스트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장콸_아티스트 에이전시의 개념이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아요. 시스템적으로 정착이 잘 되어 있지 않고요. 제가 전속 아티스트 제의를 수락한 건 아티스트가 클라이언트와 만나서 일을 진행할 때 창의적인 능력 말고도 너무나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완성하는 일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싶었고, 그래서 그 이외의 부분은 <월간 윤종신>의 도움을 받고 싶었어요.

이강훈_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월간 윤종신>의 전속 아티스트라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윤종신_사실 저희도 제도적으로 완벽히 갖춰놓고 시작을 하는 건 아니에요. 아티스트 에이전시의 개념이기도 하면서 시스템이기도 하면서 그렇습니다. (웃음) 함께 작업하면서 만들어갈 예정인지라 지속적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존의 갤러리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싶거든요. 좀 더 캐주얼하게 접근하고 싶고, <월간 윤종신>의 아티스트들은 정말 재미있게 자신의 개성을 모두 발현하면서 작업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강훈_특별히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들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한 이유가 있나요?

윤종신_사실 제가 다달이 작업하고 그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음악하는 사람들보다 미술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피드백이 왔어요. 이강훈 디렉터를 알게 된 것도 그 과정에서였고요.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제가 매월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다른 창작자들이 매월 함께 뭔가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 건데, 일단 현실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동참할 수 있겠더라고요. <월간 윤종신> 소속 아티스트는 윤종신처럼 성실하게 매달 작업물을 발표해야 하는 거 아시죠? (웃음) <월간 윤종신>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올해는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에 집중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요즘 관심이 많아진 분야이기도 하고요.

이강훈_저는 <월간 윤종신>이 만들 새로운 시스템에 기대를 거는 것이 기존의 제도권은 젊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있거든요. 재능있는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특히 <월간 윤종신>과 함께라면 상업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열린 자세로 작업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는데, 저는 이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대중도 많아졌다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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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_장콸 씨는 실제로 상업적인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했죠?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어땠나요?

장콸_많은 작업을 한 건 아니지만, 항상 어렵더라고요. 제 의도가 백퍼센트 발현되는 결과물이 나오는 건 쉽지 않은 거 같아요. 그림만 제공하는 선에는 끝나는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라 그 결과물에도 제 의도가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의 작업이면 좋을 것 같아요.

윤종신_본인의 그림이 새겨진 상품, 이를테면 티셔츠나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기분이 어땠어요?

장콸_학교에서 본 적이 있어요. 별생각 안 들던데요? ‘오, 내 꺼 입고 있네?’ 정도요. (웃음)

이강훈_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것도 정말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림을 콜렉팅하는 건 소수에게만 주어진 기회잖아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만나고, 그것을 문화 현상처럼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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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재미죠. 제가 재밌어야 해요.”

윤종신_장콸 씨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좀 더 얘기해봤으면 좋겠는데요. 잠깐, 그전에 일단 <월간 윤종신>을 처음 알았던 건 언제죠? (웃음)

장콸_슈퍼주니어의 규현 씨가 참여했던 ‘늦가을’을 듣고 알았어요. 처음엔 이게 규칙적으로 매달 발표되는 프로젝트 중 한곡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러다가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다음부터 더 열심히 찾아들었죠.

윤종신_작업 패턴은 어때요?

장콸_저는 완전 제 마음대로 해요. 하루에 하나씩 그릴 때도 있고, 한 달에 하나 그릴 때도 있고, 아예 안 그릴 때도 있어요. 불규칙적이지만 어쨌든 계속 그리기는 하는데, 공개는 마음에 드는 게 나와야 하죠. 마음에 안 들어서 공개하지 않은 것도 많아요. 공개는 하지 않지만 그냥 두는 거죠.

윤종신_왜 그냥 두어요?

장콸_혹시라도 나중에 봤을 때 마음에 들까 봐요. (웃음)

윤종신_우리 곡 작업하는 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지만 계속 축적해놓는 거죠. <월간 윤종신>도 그래서 계속 발표할 수 있는 거거든요. 내가 정말 저장해놓은 게 많아요. (웃음) 아, 그럼 이번 1월호 작품은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장콸_구상을 하는 게 좀 걸렸어요. 작업하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요.

이강훈_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요?

장콸_수정을 많이 했어요. (웃음)

윤종신_장콸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일까요?

장콸_음…… 일단 재미죠. 제가 재밌어야 해요.

윤종신_그림을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장콸_한두 살 때부터 그렸다고 그러던데요.

윤종신_너무 천재 코스프레 아니야? (웃음)

장콸_낙서했대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걸요.

이강훈_그땐 어떤 종류의 그림을 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장콸_아마도 캐릭터 위주의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강훈_그림 말고는 다른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장콸_없어요. 아, 있어요! 사육사요. 물개 사육사에 관심이 있었어요. 깊이 생각했던 건 아니고요. (웃음)

윤종신_장콸 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초지일관 미술을 했네요. 미술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사실 음악은 안 그렇거든요. 나 같은 경우도 내가 음악 할지 꿈에도 몰랐으니까.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건 하다 보니 되었기 때문이고, 계속 하다 보면서 재미를 발견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근데 뒤늦게 시작해서 이 정도한 거 보면 진짜 천재는 나 아니야? (웃음)

이강훈_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나요?

장콸_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물론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다기보다는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학교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진학했어요. 만약 미술 고등학교가 더 가까웠다면 미술 고등학교를 갔겠죠.

윤종신_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장콸_특별히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나라 만화인데, <흙꼭두장군>은 무척 좋아했어요.

윤종신_<흙꼭두장군>?

장콸_있어요, <은비까비> 느낌 나는 만화.

윤종신_<은비까비>는 또 뭐야?

장콸_있어요, 전래동화 느낌 나는 만화. <배추도사 무도사> 같은. (웃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저는 좀 지루했어요.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사실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했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스타일을 잡으려고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주로 상상화를 많이 그렸어요. 괴물 같은 거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걸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예를 들면 지금처럼 이 밀크 쉐이크를 마시고 있는데, 여기서 하얀색 뱀이 나오고 있다고 상상을 하는 거예요. 일상과 기괴한 상상을 함께 표현하면 더 재밌는 그림이 나오는 거 같아요.

이강훈_본인의 작업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게 뭐예요? 꼭 다른 그림이 아니더라도요.

장콸_음…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그림은 놀이라서요.

윤종신_이번 작품도 그렇고 기존에 발표했던 작품도 그렇고, 계속 소녀가 등장하더라고요. 소녀를 특별히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장콸_그냥 그게 좋더라고요. 왠지는…… 잘 모르겠어요. 소녀 말고도 꿈에 본 것들을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제가 잘 때 머리맡에 두는 꿈노트가 있거든요. 깨어났을 때 꿈에서 본 걸 막 써놔요. 그걸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윤종신_ 작품 속에 소녀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장콸_ 여자애들은 늘 나왔어요. 괴물 그림을 그릴 때도 사람은 계속 있었거든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요.

윤종신_그림 속 인물이 자화상인가요?

장콸_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인데, 저는 아니에요. (웃음) 자세히 보면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요. 앞머리가 긴 애도 있고, 단발머리인 애도 있고.

윤종신_최근의 작업을 보면, 캐릭터가 좀 예뻐진 것 같아요. 좀 갸름해졌다고 해야할까?

이강훈_맞아요, 예전에는 형태가 변형이 심했죠. 점점 그림이 변하는 것 같아요.

장콸_생각을 해봤는데, 심적 변화에 따라 그림이 변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제 안에 모난 게 있는지 우악스럽고 그랬어요. 근데 요즘은 마음이 좀 편해졌는지 그림도 편하고 예뻐지는 거 같더라고요. (웃음)

장콸
http://www.koalkoal.com
주로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알기 힘든 표정의 소녀, 음침하고 어딘과 결핍된 소녀들, 사랑스럽고 풍부한 감정을 지닌 소녀들을 그린다. 일상과 꿈을 재편집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애니메이션을 전공 하였으며, 전시,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 등의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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