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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앞치마를 두른 남성의 품새가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미디어가 이 혁명에 앞장섰다.

그런데 프라이팬에 달궈진 듯 괜히 벌겋게 부끄럽다.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 저성장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한편으로는 부정 못 할 풍요의 시대이다. 하지만 어떤가. 다양성에 있어선 더없이 보릿고개이다.

생김새가 반듯하거나 명성이 자자한 요리사 중 말맛을 아는 이들이 엔터테이너가 되었다. 그들 중에는 요리를 묘기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이도 있었는데, 그것은 요리가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그때 그들의 육체는 노동의 신성함을 전시하고 있었다. 화이트셔츠를 고이 접어 올린 팔뚝과 트렌디하게 넘겨 올린 머리카락 사이로 힘줄과 땀이 범람한다. 혹여 놓칠세라 ‘sexy’가 친절하게 자막으로 박힌다. 섹시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도마 위 칼질처럼 탁탁거리며 전달된다.

때로는 수많은 먹방과 쿡방에서 허기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