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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윤종신
살았어 살고 있고 살게 될 거야
처음으로 이 책을 읽은 건 어느 가을이었다. 겨울이었나. 그 사이의 계절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서교동의 어느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따금 얼어붙은 손가락을 허, 하, 호, 불면서…
거장의 청년기를 발견하는 재미 <오에 겐자부로>
“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라는 스스로를 향한 근원적인 물음에,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고’, 스스로 ‘고쳐 쓰는 것’을 해답으로…
사소해서 더욱더 진솔하게 느껴지는 <온 더 무브>
2015년 8월, 미국의 신경정신학자인 올리버 색스의 작고 소식이 들려왔다. ‘의학계의 시인’이라 불렸던 올리버 색스는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로서의…
하물며, 코끼리조차
알고 지내는 수의사 선생은 종종 인간만이 지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코끼리를 예로 든다. 선생에 따르면 코끼리는 무리 중 한 마리가 죽으면 시신 앞에 모여 작별인사를 건네고, 나중에 그…
존원 “우리는 어떤 관계를 형성한 것 같아요”
은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존원(JonOne)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2016년을 시작한다. 2년여 전부터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한 윤종신은 존원과 여러 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접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다. 두 사람이…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이상한 일을 한다
『사랑의 역사』는 레오 거스키가 청년이었을 때 사랑하는 알마를 위해 이디시어로 쓴 책이다. 알마를 위해 작은 글씨체로 이 책을 꼼꼼히 베껴 보내기도 한다. 거스키가 죽었다고 믿은 친구 즈비는 이 책을 남몰래…
서른 네 명의 아이들의 목소리 <엄마. 나야.>
이 책은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집이다. ‘육성 생일시’라는 표현이 생경해 좀 더 자세히 찾아보니, 읽기 전부터 책을 만든 사람들의 사려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에 참여한 시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훔쳐볼 수 있는 일기장 <행복한 책읽기: 김현 일기 1986-1989>
1월, 1년 중 일기장에 무심코 2016 대신 2015를 썼다가 ‘5’에 두 줄을 긋고 ‘6’을 다시금 채워 넣는 일이 잦아지는 달이다. 아직은 낯선 새해. 그리고 결심한 온갖 다짐들. 그중에서도 ‘일기를 써야겠다’와…
더 어둡고 넓은 하늘을 찾아가는 노력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 손바닥만 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별이 보인다. 어쩌면 인공위성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냥 별이라고 믿고만 싶은 희미한 불빛 몇 개가 까만 하늘에 흰 점처럼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