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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미
아무튼 호텔, 택시, 아파트
“사람이 허기가 지면요, 남의 집 담장을 넘게 돼 있어요” 서로의 육체를 맹렬하게 탐하던 불꽃 같은 연애가 지나고 7년 후,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 부부에게 남은 건 팔릴 생각도 없이 자꾸만 떨어지는 아파트…
시네마! 시네마! 시네마!
환희와 눈 흘김, 어둠 속에서 장롱 안이나 식탁 밑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누군가기 나를 찾아낼 수도 있다는 두근거림과 아무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절망감이 뒤섞여 있고 미묘한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 공간의…
잠깐, 용호상박 그게 말이 돼?
쏟아지는 말, 여기저기서 솟구치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웃는 법을 잊어버린 한 야쿠자로부터 시작한다. 신주쿠에서 제일 재미 없는 남자, 눈길 한 번에 방긋 웃는 아이도 엉엉 울릴 수 있는 무서운 인상을…
“내 속엔 울음이 산다”
레어, 미디움, 웰던 중에서 몸이 산산이 조각나 부서질 때까지 소리 지르고 싶은 날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밑도 끝도 없이 부아가 치밀어 끓어오르는 증상, ‘화병’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게 흔한 경험이다. 이를…
I Lava You
불꽃과 재와 사랑의 맹세 화산만큼 사랑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랑의 불꽃’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던 다큐멘터리 제목이 정식 공개에 맞춰 <화산만큼 사랑해>로 바뀌었다. 가까이서 영화를 들여다보자. 번쩍이는 은박 방염복을…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모든 게 허깨비였잖아!” 두 연인을 태운 차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도로를 달린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건조한 목소리의 긴 대화가 이어진다. 대화는 계속해서 미묘하게 어긋난다. 루시는 만난 지 고작 6주 밖에 되지…
관계의 풍경, 하나뿐이지도 유일하지도 않은
붕괴 이후의 붕괴 올해의 단어 하나를 선정해야 한다면, ‘붕괴’가 아닐까. 사전적 의미로는 ‘무너지고 깨어짐’. 그리고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해준의 대사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는 심해를 닮은 깊은 사랑에 빠졌음을 시인하는…
당신다운 당신, 우리다운 우리
“(…)고통, 그것은 밤새도록 잠을 파헤치는 쟁기질입니다. 그리고 낮 또한 파헤칩니다. 견딜 수 없이 힘듭니다” – 프란츠 카프카 * * 프란츠 카프카, 배수아 역, 『꿈』, 워크룸, 31p. 상실을 단절하기 남자는 퍼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