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패션 vs. 패션>
2011년 창간된 비정기 문화잡지 <도미노>는 각자의 문화적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글과 이미지를 만들며 활동해 온 개별 필자들이 모여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공유되는 정서를 다양한 주제로 확장해 독립출판 형태로 다뤄왔다. 2016년 9월, 도미노 편집 동인(김형재, 노정태, 박세진, 배민기, 정세현, 함영준)은 지난 5년간의 활동을 갈무리하고 이를 총서의 형태로 엮어 <탄탈로스의 신화>,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패션 vs. 패션> 세 권을 시작으로 워크룸 프레스에서 2017년까지 11권으로 구성된 도미노 총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도미노 총서 3권 <패션 vs. 패션>은 패션을 렌즈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박세진은 운영하는 블로그을 통해 “패션 혹은 옷이라는 게 삶과 너무나 밀접해서 공기와 같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에 대해 둔감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걸 좀 더 큰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전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글쓴이는 “최근의 패션은 예전만큼 흥미롭지 못하기 때문에 패션이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로 들어서 패션에서 신선한 실험과 재미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1부에서는 패션 디자이너와 거대한 패션그룹의 이야기를 다루며 온전히 패션이 어떻게 무의미해지는지 과정을 추척한다. 2부에서는 대신 세계시민의 등장과 유니클로의 예를 들어 패스트 패션, 그리고 스타일과 코스프레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그렇다면 옷을 가지고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을까”의 대안으로 ‘패션’과 대비되는 의미의 ‘의상’이라는 개념을 들어 페티시와 롤리타, 케이팝, 페미니즘에 대해 다룬다.
도미노 총서가 “다가올 시간을 맞이해 다양한 이야기하고 새로운 것이 아닌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패션 vs. 패션>은 지금-여기의 패션에 대한 비평이면서 제안서이기도 하다. 타임라인처럼 흘러가는 지금 이 시간, 결코 손에 쥘 수 없는 이 미묘한 흐름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답답한, 때로는 파열과 붕괴 사이에서 새로움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그리고 이 시리즈를 추천한다.
지은이 박세진
출간 정보 워크룸 프레스 / 201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