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일상 속에서 수만 번 풍경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그 공간의 이야기에 대해 찾아보거나 때로 어떤 사건을 겪었거나 공간을 실제로 점유하고 이용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단지 물리적 배경에 불과했던 도시 공간은 다층적으로 변화한다. 그중 많은 공간이 시간의 무상함을 상기시키고 멜랑콜리한 신경증적 상태로 남아있기도 하다.

<건축 멜랑콜리아>는 한국 근현대를 상징하는 건축물 16개와 공간 6개—세운상가, 남산 자유센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고속버스터미널, 광주시민회관 등등—를 ‘징후적’으로 읽어낸 탐사기이자 비평서이다. 건축가의 기획 의도나 장소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다는 시간이 쌓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집단 무의식, 공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다양한 개인들의 미시적 활동과 집단 무의식을 다양한 문헌 자료와 취재를 통해 꼼꼼하게 살폈다.

쉴 틈 없이 파괴와 건설을 반복하는 한국의 도시 공간은 빠르게 변화해왔는데 이 시간 속에서 수많은 건축물과 공간들은 원래의 의도를 완전히 달리하기도 하고 어떤 건축물은 적절한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무너지기도, 혹은 시대의 상징이자 기념비처럼 남아있기도, 재개발되어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잊히기도 했다. <한겨레> 기자이기도 한 저자 이세영은 <건축 멜랑콜리아>를 통해 이런 도시 공간을 때로는 비판적으로 또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도시의 공간들을 독해하고 애도한다. 지나치는 풍경을 해체해 샅샅이 알고 싶을 때, 매일 만나는 건축과 공간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할 때 이 책을 추천한다.

<건축 멜랑콜리아>
지은이 이세영
출간 정보 반비 /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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