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 살 수는 없는 걸까?
지독하게 덥던 여름이 끝났다. 고요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돌아올 무렵, 새삼스레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 속에 산다. 어쩌다 보니 “아, 시끄럽다”고 중얼거리는 일이 잦아진다. 평상시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도 자꾸 귓가에 들려온다. 현실로 정말 돌아왔구나, 누가 이 소리를 다 치워줬으면 싶다.
‘고요 속에 살 수는 없는 걸까?’하는 마음이 들 때 가벼운 펼치면 좋을 그램책이 나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최은영의 창작 그림책 <Mute>는 2016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으로, 차재혁이 글을 덧붙여 썼다. “세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소리’. 그 ‘소리’를 무던히 청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이라는 엉뚱하고 귀여운 상상에서 시작해 “소리로 가득 찬 세상을 청소하는 ‘Mute’ 씨의 하루”를 부드럽고 깊은 색감으로 담아냈다. 분주하고 시끄러운 하루를 보낸 뒤 맞이하는 침묵. 그 온전한 휴식의 시간 ‘Mute’를 위해 ‘소리’라는 것을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치울 수 있는 구체적인 물질로 만들어냈다. 불투명한 물감을 섞어 채색한 후 색연필로 그 위에 덧대 칠한 그림들은 선명하고 밀도 높고 투명하기도 불투명하기도 하다. 이 그림책에서 ‘소리’의 모양은 알파벳이거나 기호이거나 어떤 곡선 직선의 형태이며, ‘존재하는 것’을 둘러싸고 흐르고 있다. 계속 쌓여 만 가는 대화, 때로 들리는 일상의 말들, 바다의 소리, 고독의 소리 등등, 세상의 모든 소리가 그림이 되어 이 세계를 가득 감싼다.
지은이 차재혁 글, 최은영 그림
출간 정보 엣눈북스/ 201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