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일을 떠안는 용기
언젠가 명함을 만드는데 ‘기획자’를 영어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영한사전에서 ‘기획’을 검색하면 plan과 design이 나온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planner나 designer라고 표기하면 되는 걸까? 한데 왠지 모르게 이 두…
사랑에도 모양이 있나요? <셰이프 오브 워터>
2018년 2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셰이프 오브 워터>. <헬보이>, <판의 미로>, <퍼시픽 림> 등 30년 가까이 줄곧 개성 있는 괴수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온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다.…
끊어질 듯 가는 필라멘트가 새하얗게 세상을 빛내는 광경
델 토로의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고 보았고, 호킨스의 영화라 중얼거리며 나왔다. 물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은 괴수에 대한 사랑으로 필모그래피를 꽉꽉 눌러 채웠던 기예르모 델 토로의 인장이 가득 찍힌 영화다.…
1975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에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일은 영정사진으로 사용할 사진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찍었던 사진들은 배경과 분위기에 치중했고, 엄마의 아이폰에는 셀카가 여러 장 있었지만, 그것도 영정사진으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엄마가…
내가 죽으려 했던 것은*
한 여자가 한남대교에 매달려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유경은 통근 버스의 스크린을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다. 강남으로 향하는 470번 버스 안이었다. 화면 하단에 빨간 배경에 하얀 글씨로 ‘속보’라는 단어가 나타나기가 무섭게…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며느라기』
때로는 ‘전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인생 최대의 숙제라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그 사람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럴까’를 끊임없이 후회하고 곱씹어보는…
그럼에도 김사과를 추천합니다
몇 해 전 일인데도 기억에 생생하다. ‘수정’과 검은 고양이의 처절한 실랑이가 벌어지는 페이지를 읽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 나에 대한 어떤 점을 깨달았다. 그것은…,…
늙는다는 것, 그리고 계속 살아간다는 것 <더 히어로>
2018년 1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더 히어로>. 노년의 삶과 사랑을 담은 <아이 윌 씨 유 인 마이 드림스>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브렛 헤일리’ 감독의 신작이다. 2017년 선댄스…
생은 언제나 제 나름대로 지리하고 제 나름대로 찬란하다
처음 죽음이라는 개념에 겁에 질렸던 순간을 기억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죽음이 무엇인지 감을 못 잡고 헤매던 나는, 모두가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지팡이를 짚으며 서럽게 우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