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머니, 그리고 이오공감
칠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30대 중반의 나이였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올 때마다 어머니는 늘 내 손을 잡고 버스 종점 옆의 작은 레코드 가게에 들르셨다. 그곳에서는 <독수리 오형제>, <마루치…
밤은 빛나는 하나의 돌*
약속했던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는데도, 어쩐 일인지 그는 특별히 나를 힐난하는 기색 없이 맥주나 마시자고 했다. 나는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늦어버린 나머지 일정 수준의 미안함과 초조함을 넘어 어느 정도…
『당선, 합격, 계급』 & 『몸짓들』
『당선, 합격, 계급』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 4.3 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 굵직한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문학계의 스타로 발돋움한 소설가 장강명의 르포다. 저자는 한국 사회 안에서 작가가 되는 ‘등단’ 방식이…
방귀가 전하는 웃음과 감동 <스위스 아미 맨>
2018년 5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스위스 아미 맨>이다. 2016년에 수입되어 극장 개봉은 하지 못하고 IPTV와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했으나, 뒤늦게 이 영화가 자랑하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에 감화된 팬들에게 추앙 받고…
조금씩은 못 나고 겁나도 괜찮다는 희망
이 달의 영화가 <스위스 아미 맨>(2016)으로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영화랑 닮은 꼴인 영화를 어디 가서 찾아요!”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이해하리라. 꿈도 희망도 없어서 세상을 등지려…
1985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가 언젠가 추천했던 영화 ‘와일드’. 당시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채 완전히 잊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우연히 생각나서 영화의 원작인 책을 구입했다. 엄마의 죽음 이후 퍼시픽…
우주의 바람, 멈추지 않을 – Spitz
나는 금세 사랑에 빠진다. 오랫동안 부정해보려 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조금은 자존심 상하는 내 타고난 천성이다. 나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내가 이런 고백을 하면 사람들은 흔히 ‘너는 쉽게…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강변북로를 달리다가 한남동으로 진입하는 대신 한남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의 구형 SM5는 시속 구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남으로, 남으로 달리게 되었는데 (우리의 미래인) 반대편 차선 위의 차들은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