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분과 1분 사이

“5분 남았어!” 언니의 목소리가 높았다. 소윤은 젖은 몸의 물기를 닦아내며 알았어, 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매년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는 순간이 반복되는데, 그게 저렇게 흥분할 일인가 싶었다. 언어로 규정된 시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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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트레이싱

Joshua가 운전석에서 말해주기를 그저께 밤에 게임에서 총을 쐈는데 그저께 밤에 윗집의 창문이 깨지고 노인이 창밖으로 떨어졌다 가족은 물론 배달부도 오가지 않는 5층 집으로부터 뒷마당으로 유리파편들과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노인의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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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밤

“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었어.” 나는 말하며 고개를 돌려 도시의 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앞 동 건물은 집마다 불을 밝혔다.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작은방들의 빛과 거실 등 큰 빛이 밤하늘에 펼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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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해 오늘따라

시간을 되돌려 볼까요. 흐린 하늘의 아침, 나는 아직 침대에 누워 일기예보를 들어요. 큰비가 내린다고 해요. 호우주의보와 함께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라는 뉴스가 나오죠. 이런 날은 해수욕장에도 사람이 드물 거예요. 해변의 파라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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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hour (8 PM)

“밤이 오지 않습니다”하고 그가 말한다. 기차는 한 방향으로, 주기적으로 멀어진다. 지평선에 태양이 걸쳐 있다. 어스름한 땅거미나 노을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육교 난간에 팔을 기대고 있다. 나는 그의 등에 팔을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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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a hand (7 PM)

그녀의 아들이 뉴욕을 선택한 것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 사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었으리라. 조지아에서 한적한 숲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지낼 수도 있었고, 프랑스에서 작은 파티오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밤을 보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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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 (6 PM)

산주가 유리병을 돌려달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산주, 내 여동생이 맞았다. 이번에는 그랬다. 그 애가 라믹탈 칠십 알을 토해내고 살아난 날로부터 보름 뒤의 일이다. 처음에 나는 산주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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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 (5 PM)

그 할머니는 책을 모았다. 책등이 바랜 책만 모았다. 책등에는 검정 글씨만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도 괜찮다. 그게 아니면 몇 년 뒤에 책의 제목을 못 알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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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4 PM)

희수는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항암 주사를 맞지 못했다. 입원 당일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열과 염증 수치를 내리는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오후 4시, 6인 병실은 고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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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줍기 (3 PM)

우리는 풀밭에 누워 날아오는 물통을 보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날아오던 물통이 갑자기 마구 떨어지더니 산 여기저기로 굴러갔습니다. 벅지가 물통을 쫓아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깨에 멘 비닐 가방이 번쩍였지요. 저는 도로 누워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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