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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월
그 새벽의 온기 (5 AM)
가까스로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기 전, 그녀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과 필라델피아 같은 이름을 지닌 도시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날아다녔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근사한 꿈은 아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방위 표시가 없는 지도를 따라 (4 AM)
깨어난다면, 나는 네 생각을 할 거야. 깨어나지 않는다면,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네 생각을 하고 싶어질 거야. 하고, 싶어질 거야. 그게 뭐가 되었든, 뭐든, 너와 하고 싶어질 테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우리에게 (3 AM)
그즈음 나는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삼십 칠년 여 만에 한국에 온 미국인 여성에게 옛 극장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첫날, 그는 종로 3가 유니클로 앞에 서 있었다. 주위를…
무례한 그 연애의 결론 (2 AM)
토요일 오전 진료를 마친 나는 정이 퇴근하길 기다렸다. 같은 병원 동료인 그녀는 4살 어렸지만 비단 내가 아니라 곁에 있는 모두가 사라져도 혼자 지낼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정의 그런 면이 서운하지…
시작하는 이들의 밤 (1 AM)
하루는 시작되자마자 가장 짙은 어둠을 만난다. 출발과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풍경이다. 하루가 왜 어둠 속에서 시작되는지, 시작되자마자 하루 중 가장 짙은 어둠을 만나는지, 그 어둠이 어떻게 찬란하게 물드는지, 그 찬란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