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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영화
너의 뒤에서 산다는 것
소년의 꿈은 소녀의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옆에서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뒤에서 남몰래 따라 걷는 걸음. 소년은 세상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소녀의 작은 어깨와 등, 매일같이 흘린 눈물로 물기 가득한…
아이의 시간을 기억하며
나는 초중고 12년을 어떻게 살아남았더라. <소년시절의 너>(2019)를 보고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유년시절의 기억은 어쩐지 김 서린 유리창 너머로 보는 풍경처럼 흐릿하다. 물론 단편적인 기억들은 난다. 어떤 해에는 부모님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영원으로 남은 비극적 아름다움, 그리고 장국영
소년 데이는 버림받아 경극단에 왔다. 육손이로 태어나 배우가 되지 못한다는 말에, 어머니는 칼을 내려쳐 소년의 손가락 하나를 자른 뒤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그날로 경극단은 소년의 유일한 거처가 됐다. 사내로 태어났으나 무대에서…
무지개 너머 여전히 반짝이는 별을 보았네
직업적 이유로 그나마 남들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 스타란 무엇인가. 무엇이 스타를 만들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가. 모두가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미워하는 게…
정성껏 살면 복이 와요
마흔이 불혹의 나이라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이해불가한 말이다. 40대가 뿌리 깊은 소나무 같은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건,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나도 알겠다. 그럼 40대엔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살아가나요?
영화와 소설처럼 누군가 가공하고 창조한 이야기 속 인물의 삶은 극적이다. 그의 인생 전체라기보다 일상이 뒤흔들릴 사건이나 감정적 상황을 맞이한 때를 단편적으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상은 다르다.…
너에게, 그때의 나에게
영화의 첫 장면. 기차는 설원의 풍경 위를 달리는 중이다. 목적지는 어디일까. 누가 이 기차를 탄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잠시 후 카메라는 방을 정리 중인 노년 여성을 비춘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