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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책장
길을 잃기에 좋았다
살구, 문제는 살구였다. 45킬로그램에 달하는 살구 더미가 눈앞에 떨어졌다. 이날이 오기 두 해 전 여름, 그녀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세 상자에 가득 담겨 도착한 녀석들은 텅 빈 집, 더…
알바만 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어려서부터 정상과는 미묘하게 어긋난 삶을 살았다. 내가 비정상인 이유는 시기마다 조금씩 달랐다. 유년기에는 친구가 없어서, 20대에는 여성스럽지 않아서, 지금은 ‘인간의 순리’를 거스르고 있어서, 내가 살아온 모든 날이 비정상이었다. 이대로 사회부적응자가…
당신의 오늘도 불쾌합니까
기분 나쁜 하루를 상상해보자면, 이렇다.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장마철, 후텁지근한 공기가 팔다리에 쩍 들러붙어 떨쳐낼 수 없다. 이웃이 아무렇게나 내놓은 쓰레기 냄새가 뻔뻔하게 창문을 넘어 방을 차지하고 무슨 짓을 해도 나가질…
이상한 나라의 이제니
이제니 시인의 시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시는 많고 많지만 요즘은 특히 이제니 시인의 시를 많이 읽고, 읽을 때마다 좋다 좋다 하고 말합니다. 그녀의 시는 천진하고 재미있고 매우 솔직합니다.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회식 자리에서 문득 첩보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기를 굽고 앞 사람의(->앞사람의) 술잔을 채워주면서 조지 스마일리를 생각했고,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생각했다. 그런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나이 든 스파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