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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름다움은 해석되기를 거부한다
두 개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하나는 매끈하다. 흠잡을 데 없다. 커피를 든 원빈의 표정, 뮤직비디오 속 태민의 실루엣, 인스타그램 좋아요를 수천개 받은 일러스트, [슬램덩크] 애장판의 엔딩 같은 것. 다른 하나는…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노 다웃(No Doubt)의 ‘Just A Girl’을ᅠ처음 들었을 때 나는 소녀였다. 교복을 입어야 하고, 학교를 가야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일상에 큰 불만도, 의욕도 없는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의 소녀. 용돈으로 씨디를 사모으지만…
저녁 숲속에서 바다를 보았다
미지의 것에 관심이 많다. 알 수 없는 시공간의 우주. 선명한 태양 아래서는 사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 몇만 광년 너머 별빛이 반짝이면 신비에 사로잡힌다. 거대한 우주적 공상에 빠지다 보면 티끌보다…
모든 노래는 작고 크다
친구가 물었다. “좋은 노래를 판단하는 기준이 뭐야?” “뭐긴, 그냥 들었을 때 아! 내 노래다 싶은 거지.” 1년에 딱 2곡 정도가 나의 노래가 된다. 출근길 버스에서 10번 이상 들어도 좀체 질리지…
내게 말을 걸어준 노래
먼저, 윤상의 ‘달리기’. 노땐쓰(NODANCE) 1집 앨범에 들어있었지. 지금은 고인이 된 신해철과 윤상이 젊은 시절 의기투합해서 함께 낸 음반. 1996년도였을 거야. 댄스그룹들이 너도나도 샘플링을 기반으로 테크노 음악을 선보이던 시절. 대량복제된 사운드가…
음악평론가를 위한 노래
내 일 중 하나는 지금처럼 돈을 받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니 오랫동안 ‘인생의 노래’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늘 새로운 노래들을 듣고 평하는데, 어느 시점의 한 곡을 ‘인생의…
헤어진만큼 보고 싶어서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그러니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나는 국내 여성 소설가들의 단편집과 국내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노래를 들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은희경과 정이현, 천운영과 김애란의 소설들을 책상 서랍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