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posts
우리 그냥 다 같이 죽어버리면 멸망을 볼 일이 없겠지만
가끔은 구겨진 채로 잠드는 게 좋다. 반듯이 눕는 게 버거운 날이 있다. 비뚤어지지 않도록, 자꾸 긴장해서 온몸이 빳빳해지는 날. 그런 날이면 좁은 소파에 몸을 구겨 넣는다. 그래서 이제 좀 덜하게…
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과 함께 듣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불편하다. 특히 달리는 차 안에서는 더더욱. 내 음악 취향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평가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분명 혼자 들을 땐 한음…
noel, don’t look back in anger
‘사람이 죽은 것을 본 날이었다’ 새로 나올 책의 첫 문장을 수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다. 너무 자극적인 문장인가 싶었지만, 그 문장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는 명확한 사실이었으니까. 이제라도 수정하겠다고…
부를 수 없는 노래
당신은 ‘꿈’을 뭐라 생각할까. 나에게 그것은 동경하지만 이루고 싶은 의지는 딱히 없는 대상이다. 끈질기게 품고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떠올리면 야릇해지는 비밀스러운 존재 같은. 겸연쩍지만 오랜 꿈을 고백하자면, 많은 사람 앞에서…
다시 시간을 보지 않게 해준 노래
3년여의 조연출 기간을 마치고 처음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았을 때, 나는 몹시 두려웠다. 내가 모든 걸 망쳐버릴까 봐. 소중한 선물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아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떠나간 빈자리에 가을
나에게 가을은 광복절 다음 학교에 가는 아침이었다. 아침 공기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등굣길 곳곳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들로 가을이 오고 말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명 관광지인 우리…
‘도망가자’에 관한 일이삼
1. 가끔 낯선 이와 코인노래방에 갈 때가 있다. 주로 하루가 끝날 무렵이고, 운을 띄우고 거의 30분 이내에 만남은 성사된다. 당근마켓에 동네 생활이라는 탭이 있는데 그 안에 있는 노래 부르기 소모임…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빈칸을 채우는 법
얼마 전 퇴사했다. 이로써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나는 프리랜서가 됐다. 당연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나를 여기까지, 이 어려운 결단까지 몰고 온 건 ‘live for’라는 끈질긴 질문이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