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월간 윤종신> 12월호 ‘Merry Christmas Only You’ with 유희열

내 앨범에 유희열의 작품을 노래한 것은 1996년 발표한 6집 [육년]의 ‘길’ 이후에 16년 만이다.

2000년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에 실린 ‘희열이가 준 선물’이 있지만 그건 연주 곡이었고. 희열의 멜로디, 편곡과 나의 목소리는 묘한 화학 작용이 있다. 분명 둘은 비슷한 듯 하지만 너무 다른 사람. 다르지만 서로의 색깔을 원하고 좋아한다. (나만 그런가?)
몇 달 전 희열에게 곡과 프로듀싱을 부탁했으나 이 사람 특유의 게으름과 불규칙성을 잘 아는 지라 기대 않고 2012년 <월간 윤종신>의 마지막 프로듀서는 내가 직접 하려고 했다. 하지만 희열이 갑자기 나에게 미안한 일이 하나 생겨서… 11월 어느날 불쑥, 자기가 12월호를 하겠다고 면피용 약속을 던지더라.

그래서 성사된 유희열과의 12월호 ‘Merry Christmas Only You’. 미안함이 배어 있어서인지 곡도 꽤나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마치 1995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처럼 불타오르는 열정까지.
‘Merry Christmas Only You’는 우리 둘이 처음 만나서 만든 ‘환생’과도 비슷하다. 유희열의 말을 빌면, 이 곡엔 오스몬드 패밀리, 폴 앙카, 플래터스, 빙 크로스비 그리고 이병헌(?) 까지 그가 느끼고 영향 받은 캐롤과 올드팝 여러 팀의 색깔이 섞여 있다고 한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러 둘은 어느덧 40대가 되고 아빠가 되었지만,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그 과정과 느낌은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유희열이 다 했다. 난 노래만 불렀다. 그는 참 훌륭한 프로듀서이자 친구이자 후배이자 아직도 궁금한 점이 많은 동행자이다. 오래오래 그의 음악과 감성을 보고 듣고 함께 하고 싶다.


고맙다, 희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