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속마음’
말을 통해 공기에 닿으면
금방 상해 버린 채로 다른 모두로 옮겨져
속마음은 말이지 가끔 말없이 알아주는
단 한 사람 만나기를 위해
그 속에 살아
몰라준 사람 이젠 원망하지 않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나타날 거니까
모두가 나를 이해할 순 없더라구
살아가다 결국 알게 된 오직 너란 걸 고마워
애가 탔던 속마음 그래도 꺼내지 않은 게
잘 한 거야 하마터면 그를
잃을 수도 있었던 설익은 내 설레임
결국 살아가는 건 나를 알아가는 긴 여행
이쯤에서 날 대충 알 것 같아
나의 크기를
몰라준 사람 이젠 원망하지 않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나타나 준다면
모두가 나를 이해할 순 없더라구
살아가다 결국 알게 된 오직 너란 걸 고마워
속마음이란 내 작은 섬
누가 발견해 주길 바란
너무 증명받고 싶었던 조바심의 날들은
가슴 속마음 그 진짜 나를 아껴줘
알아주는 그 단 한 사람 나 혼자일지라도
나만 아는 나 서로 말 자주 걸어줘
살아보면 결국 내 곁엔 오직 나만이 남는 걸
2024 [월간 윤종신] 12월호 ‘속마음’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예찬하는 곡이다. 타인에게 즉각적으로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이 중요했던 시절을 지나 몰라주는 사람을 향한 원망도 기꺼이 껴안을 수 있는 시절로 향하는 삶의 이행 과정을 담았다. 드러내고 싶은 동시에 감추고 싶은 복잡한 심리와 고독함으로 인해 점점 성숙해지는 태도, 그리고 말로 내뱉는 순간 변질될 수 있는 속마음에 대한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속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요즘의 윤종신이 만날 수 있으며, 고민과 어려움은 나누는 것이 최선이라는 식의 손쉬운 통념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윤종신만의 소신이 도드라진다. 2019년 6월호 ‘늦바람’, 2019년 11월호 ‘개인주의’, 2022년 3월호 ‘말’ 등을 통해 선보인 주요한 화두가 이번 곡을 통해 심화되고 있으며, 윤종신이 가사를, 015B 정석원이 작, 편곡을 맡았다.
“예전에는 고민이나 갈등이 있으면 일단 털어놓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고 의견을 듣고 싶으니까 빨리 내뱉고 본 거죠. 물론 그런 시간의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아요. 후련해지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잠시나마 체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시간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요. 누가 대신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는 대개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잘 못 참아서, 더 깊이 생각하기도 싫고 더 오래 갈등하기도 싫어서 도피하듯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든요. 홀로 오롯이 고민한 시간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이미 우리는 알고 있어요. 혼자서 끙끙 앓는 시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상을 주기 마련이고 그러한 결과를 토대로 얻는 경험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죠. 이번 호를 준비하며 혼자 하는 고민과 갈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
‘속마음’은 입 밖으로 꺼내기 이전의 마음과 언어의 옷을 입기 전의 생각을 향한 윤종신의 탐구적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언어가 개입되기 전의 일백 퍼센트의 속마음 상태. 실제 내가 느끼는 것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그 어떠한 첨가도 오염도 없는 상태. 윤종신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감정 상태가 얼마나 소중하며 특별한지를 이야기하며, 설명이나 해석 없이 그러한 상태를 서로 알아봐주고 느껴주는 사람들의 공명 상태를 높이 평가한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관계를 무리 없이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 속에서 우리의 진짜 감정은 너무도 쉽게 왜곡되기 마련이고, 서로의 속마음을 과대평가나 평가절하 없이 알아봐주는 순간은 무척이나 희귀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속마음이 손실 없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잠깐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또 이해받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윤종신은 음악을 하고 있다.
“아주 가끔 제가 어떤 생각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는지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어쨌든 보여지는 사람이고 여기저기에서 했던 말들이 제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잦아서 이해보다는 오해가 더 익숙한데, 그러는 중에도 제가 한 번도 내뱉은 적 없는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이해해주는 경우가 있는 거죠. 그럴 때는 정말 고맙고 소중해요. 큰 감동을 받기도 하고요. 저는 각자 해석하고 느끼길 바라며 노래를 만들기에 노래 속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맥락을 펼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는 거죠. 아마도 그 사람 역시 저와 비슷한 마음을 경험했거나 아니면 저를 유심히 지켜봐줬기에 가능한 알아차림일 거예요. 말해지지 않은 속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 오히려 직접 말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진짜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그렇게 희귀하고 소중한 존재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속마음을 그저 속마음으로 두는 건 아닐까요.”
[12월호 이야기] “그러나 지금은 속마음을 외칠 때.”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정석원
Arranged by 정석원
Piano & Keyboards 정석원
Bass 정석원
Guitar 정석원
Drums 정석원
Recording by 윤종신
Mixed by 김일호 (@지음스튜디오)
Mastered by 권남우(@821 Sound)
프로덕션 구달스필름
감독 최송희
프로듀서 김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