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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은 김현철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천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래의 뮤지션들 중 태생적으로 타고난 천재성만 놓고 보자면 김현철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게 윤종신의 생각이다. “김현철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고 활동한 뮤지션들 모두에게 콤플렉스를 안겨준 친구였어요. 아주 잘해서였죠. 1집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스무 살에 만든 음악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죠. 아, 이게 바로 팝이구나, 라는 정의를 내려준 것 같았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상이형(윤상)이나 희열(유희열)이나 모두가 동의해요.”

“김현철은 완전체 같달까요.”

그렇다면 그 천재가 직접 솜씨를 발휘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감은 어떠할까. 윤종신은 김현철과는 그동안 만나기도 자주 만나고 놀기도 자주 놀았지만, 함께 음악 작업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함께 놀 때의 김현철이 워낙 설렁설렁하고 러프한 느낌의 사람인지라, 음악 작업 방식도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프로듀서로서의 김현철은 평상시와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디렉션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 이런 사람이 바로 프로듀서구나 하는 느낌이었달까요. 직관적으로 굉장히 뛰어나면서도 그 안은 이론적으로 꽉 차 있는 거예요. 기본 반주 녹음할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세션들을 두 시간 넘게 연습시킨 다음 녹음에 들어가더라고요. 보통은 그냥 악보를 주고 계속 녹음을 하거든요. 저는 그 어떤 프로듀서에게서도 이런 걸 본 적이 없었어요. 장악력이 최고인 거죠. 악기에 대한 파악도 너무나 잘 되어 있으니까 연주자들이 하나하나 묻고 할 수 있는 거죠. 머릿속에 구조가 완벽히 짜여있는 프로듀서라는 느낌이었어요.”

윤종신은 만약 단 한 명의 프로듀서에게 디렉팅을 믿고 맡겨야 한다면 여지없이 김현철을 선택할 것 같다며 김현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말하면 이전에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들이 섭섭해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윤종신은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그들도 뛰어나죠.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는 그들이 가진 어떤 특징들이 부러운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김현철은 완전체 같달까요. 전부 다 갖고 있고 전부 다 잘하는 느낌인 거죠. 직관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탄탄한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그러니까… 천재인 거죠.”

김현철
1969년생.
1989년 1집 앨범 [김현철 Vol.1]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 후 ‘춘천 가는 기차’, ‘그대 안의 블루’, ‘달의 몰락’, ‘일생을’, ‘거짓말도 보여요’, ‘연애’ 등의 여러 히트곡을 발표했으며, 이문세, 이소라, 장혜진 등의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즈와 알앤비 장르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가장 완성도 있게 만드는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과에서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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