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오 “그리움과 쓸쓸함이 느껴지도록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2021 <월간 윤종신> Repair 9월호 ‘그리움 축제’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한 한만오 님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간략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한만오라고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아름답고 경제적인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전시나 포럼에 대한 포스터, 북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브랜딩을 하기도 하며, 가끔 작가나 기획자로서 전시를 하기도 합니다.
– 2021 <월간 윤종신> 리페어 9월호 ‘그리움 축제’ 앨범 커버 아티스트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윤종신님의 오랜 팬으로서 너무 기뻤습니다! 좋아하는 종신님의 앨범과 곡이 참 많은데요. 가볍게 이야기해보자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가장 좋아하는 5집 [우], 쓸쓸함이 느껴지는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정규 11집 [동네 한바퀴] 앨범을 좋아하구요. 개별 곡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일년’부터 ‘잘 했어요’, ‘몬스터’, ‘Happy New Year’, ‘야경’, ‘동네 한 바퀴’, ‘수목원에서’ 등등이 떠오르네요. 흔히 이야기하는 ‘성덕’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월간 윤종신] Repair 앨범 커버 프로젝트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설레었습니다.
– 노래를 듣고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곡을 받기 전 까지는 2012년 2월에 호란님 께서 부르셨던 원곡과 2016년 작사가 콘서트에서 윤종신님께서 부르신 느낌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실제 전달주신 곡은 미디 위주의 심플한 편곡이었습니다. 이전 버전은 화자가 바로 직전의 연인을 그리워한다는 인상이었으면, 리페어 버전은 아주 오래전 연인이나 특정한 사람이 아닌 어떤 시간과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인상이었어요.
– 이번 작업은 어떤 생각과 의도로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첫 회의 때 윤종신님께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구성하는 방향을 말씀해주셔서 사진 자체가 말하고 있는 감정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밀도가 높고 화려한 화면을 구성하기 보다는 그리움과 쓸쓸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종신님의 사진이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방향과 그래픽이나 타이포그래피가 드러나는 방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평소 화려하고 강렬한 타이포그래피를 구사하는 편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곡의 서사와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사진과 여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그 강약을 잡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동전의 양면처럼 그 자체로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 그동안 어떤 작업을 해오셨는지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문화·예술 계열의 콘텐츠의 디자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전시를 위한 디자인을 많이 하고 있구요. 종종 행사나 포럼을 위한 디자인도 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아트웍을 선보이는 작업을 할 때도 있고, 작가로서 초대된 전시에서 적극적인 기획과 작업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 작업 관련해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영역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이전에는 그래픽 디자인이 확장할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콘텐츠를 브랜딩하고 체계화시켜 어디까지 적용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으로요. 하지만 최근 관심사는 다시 좁혀져서 타이포그래피와 서체 디자인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글자의 역할과 기능, 형태에 대하여 탐구하고자 합니다.
– 앞으로의 작업/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과 함께, 디자인으로 먹고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늘고 길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