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이야기 Op.2], 2017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싱가포르에서였다.

해외 출장이라면 기대하는 낭만이나 즐거움이 있을 법도 하지만 이때는 그렇진 않았다. 해외 건설현장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하던 중 담당하는 현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 내 큰 현안이 되었고 많은 대안과 해결방안들이 도출되었으며, 그중 하나를 맡아 해결하기 위해 출장을 왔다.

가끔씩 쏟아져내리는 장대비, 겨울의 한국과는 달리 습한 날씨와 계속되는 더위, 그리고 낯선 나라에서 가족과 떨어져 오랜 시간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과 계속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낮에는 많은 이들 과 부대끼며 각종 보고와 대안의 고민으로 바쁘게 지냈지만,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몰려드는 허무함과 함께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만 같았다. 타지에 있어서 더욱 크게 느끼는 근원적인 외로움은 어쩔 수 없던 그때, 이 노래를 듣고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나만 외로운 것은 아니었구나.

서로 다른 두 남녀의 노랫소리는 감미로운 멜로디에 진한 외로움을 녹여냈고,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을 잡은 음악은 섬세하게 슬픔을 연주했다. 고독을 이야기하는 가사는 아름다웠다. 마치 머나먼 이국 타지에 서 있어 힘들지만 차마 가족에게 다 말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대신해서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지친 널 볼 때면 내가 너에게
혹시 짐이 될까 많이 버거울까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도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

가사에 다 담기지 않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까. 그가 지금 곁에 있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애잔하다. 하지만 그가 노래하는 외로움이 이렇게 큰 위안이 되는 것은, 그의 노래로 받은 공감이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옳다⟫에서 정혜신 박사는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며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마음과 감정은 같은 단어라고 설명하면서, 지금의 마음이 어떤지를 질문하고 그 존재 자체에 집중하면 사람은 움직인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죽이거나 부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한다면 비로소 분노의 지옥에서 빠져나온다고 이야기하며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단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는지. 마음이 힘들어도 주변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한두 번이지 매번 같은 마음으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긴 쉽지 않다. 내가 내 마음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글쓰기는 일기에서부터 시작했다. 내 글은 항상 나의 내면을 향해 있었다. 너무 힘들 때는 작은 핸드폰에 하루에도 수 차례 일기를 쓰곤 했다. 스트레스와 감정이 극으로 치달을 때 마음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고 나면, 마음의 그릇에 차 있는 감정의 수위가 약간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감정과 부담을 낮춰가며 버텼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보고 내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썼던 글은 어느새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이들을 위로하는 도구가 되었다. 실직의 위기에 면해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과거에 썼던 일기가 위로의 글이 되었다.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를 무뎌진 마음으로 대면하기 전에 이전의 일기를 통해 힘들었던 과거의 내 마음과 만날 수 있었고, 이는 또 다른 위로의 지렛대가 되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샤이니의 키와 태연이 나온 장면을 보았다. 화제가 되었던 음악방송의 1위 소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분위기에서 속으로만 삭혀야 했던 슬픔을 드러내고 그리움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며 감사했다.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키와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주는 태연, 두 사람을 보면서 이제야 그에게 뒤늦은 감사를 전한다. 이 노래 덕분에 내가 버텨 왔다고, 내 외로움을 대신 노래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