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준 “원래의 용도를 부수면 모호함이 극대화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21 <월간 윤종신> Repair 3월호 ‘몬스터’의 앨범 커버는 서울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최하준(@_chajn_) 님이 맡았다.
– 2021 <월간 윤종신> 리페어 3월호 ‘몬스터’ 앨범 커버 아티스트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달리는 지하철에서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처음엔 통화 품질이 좋지 못해서 연락이 잘못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선정되었단 것을 인지하고나서는 제가 기존에 해왔던 작업의 결과 월간 윤종신의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종신 PD님께서 어떤 이유에서 저를 선택했을까 궁금했는데, 편곡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듣고서 재밌게 작업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 리페어된 노래를 듣고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사실 일정상 작업 초반에는 편곡이 된 노래를 듣지 못했는데 방향이 사이키델릭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김정미’나 ‘제니스 조플린’ 같은 가수의 노래와 ‘몬스터’ 원곡을 번갈아서 들었습니다. ‘몬스터 – 김정미 – 제니스 조플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또 상상하면서 레터링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모니터링 음원을 받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바랑 일치하는 요소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좋은 것들은 항상 통하는 게 있는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 작업을 하시면서 어떤 점에 주목하셨나요?
‘사이키델릭’이라는 장르에 주목했습니다. 이 장르 자체가 환각 상태의 멍한 느낌을 표현하는데, 그래서인지 ‘모호하다’는 개념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고, 그 개념을 레터링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글자는 원래 읽히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러한 용도를 부수면 모호함이 극대화될 거라고 생각했고, ‘몬스터’라는 레터링 자체를 반복시켜서 하나의 패턴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미지의 눈을 가린다든지 볼이나 목 쪽에 배치한다든지 해서 이미지 위에 있으면서도 집중도를 잃지 않게끔 레이아웃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즐거웠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결이 강한 작업임에도 많은 것들을 포용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이런 신선한 시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그동안 어떤 작업을 해오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팀으로 활동했던 작업을 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미지를 참조해주세요.
– 디자이너로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나 영역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비대면, 언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도 그러한 키워드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새 이것 저것 찾아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범대중적으로 확장되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업할 때 백색소음처럼 드라마를 틀어놓곤 하는데, 연속극부터 웹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을 즐겨 ‘듣는’ 중입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 앞으로의 작업과 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 계획으로는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이랑 함께 ‘OMELETE’라는 이름으로 재밌는 일들을 벌이려고 합니다. 미래가 두렵지만 늘 새로운 도전이라고도 생각하기에 아직은 두려움보단 기대감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철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됐든 제가 재밌어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