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2005), 성시경

내 삶에는 어느 시절이면, 온통 나를 휘감아 돌았던 노래들이 있었다. 어떤 노래는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게 해주었고, 어떤 노래는 내가 속해 있는 지금을 무엇보다 사랑하게 해주었다. 또 어느 노래는 나의 오늘들을 이해하게 해주었고, 어느 노래는 어느 외로운 밤이나 창백한 아침을 견디게 해주었다. 그렇게 어느 날, 어느 시절마다 내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노래가 있었고, 이제와서 그 노래들 중 무엇을 ‘가장’ 사랑했느냐고 한다면, 역시 하나를 골라낼 방법은 없을 듯하다.

요즘에는 매주 에세이 한 편을 메일로 배송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작가들이 요일 하나씩을 맡아서 구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일간 에세이’ 서비스 같은 것이다. 다른 작가들은 대개 자신이 쓴 글 한 편만을 보내지만, 나는 매번 주제에 어울리는 노래 한 곡씩을 함께 추천한다. 고양이에 관해 쓴 주에는 W의 <어느 만화가의 사려깊은 고양이>를, 친구에 관한 주에는 델리스파이스의 <동병상련>을, 작가에 관한 주에는 에픽하이의 <백야>를, 방에 관해서는 넬의 <섬>을 각각 추천했다.

이 중 어느 하나의 곡으로도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넬의 <섬>이 내 삶의 모든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 W의 <어느 만화가의 사려깊은 고양이>를 매일 듣던 장마, 매일 밤 델리스파이스의 <동병상련>을 들으면서 그 속의 삶의 모든 게 담겨 있다고 믿었던 나날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음악이 없던 시절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치않고 사랑하는 게 있다면, 그 중 하나는 단연 음악일 것이다.

그 중에서 오늘은 성시경의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 이유는 오늘 아이를 재우면서 불러준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듣고 불렀고, 이 노래를 결혼식날 불러보려고 연습하기도 했던 터였다. 결국 다른 노래를 택하여 부르긴 했지만, <두 사람>도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가사도 완전히 외웠는데, 아내와 나는 지금도 들으면 들을수록 가사가 무척 좋다고 감탄하곤 한다. 잔잔한 서두도 좋지만, 특히 후반부가 감동적인데 ‘먼 훗날’ 우리가 꿈꾸던 날이 그곳에 없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할 거라는 구절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울린다.

삶이 신기하다면, 늘 둘을 생각하면 불렀던 노래를 이제는 셋이 된 가운데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이지, 노래 그대로, 우리는 무지개 너머의 어떤 미래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꿈꾸던 나날 그대로라기 보다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있는 것부터,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 함께 보내고 있는 이 어느 나날의 어느 모습도 우리의 ‘꿈’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상상하지도 못했던 나날들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도, 노래 그대로이다. 그렇게 과거의 노래였던 <두 사람>은 오늘의 노래로 다시 새겨지고 이해되고 다가온다.

<두 사람>이 어느 덧 셋의 삶에서 부르는 노래가 되었고, 노래 속의 ‘먼 훗날’에 도착하기도 한 듯한 오늘, 그렇게 내 인생의 노래들이 돌고 돌아 찾아와준다는 느낌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에세이 배송을 하면서, 옛 노래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는 일은 그 자체로 내 삶을 노래와 함께 되찾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삶이 노래와 함께 휘감아 돌면서 나아가고, 나는 삶과 함께 나의 노래들을 쌓아간다. 아마 또 언젠가 아이도 우리 곁을 떠나고, 다시 둘만이 남았을 때, <두 사람>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날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삶에 한 번 머물렀던 노래들이 매번 옛 친구처럼 다가올 어느 나날들을 기다린다. 삶은 그렇게 노래가 되고, 노래 또한 삶이 되어가는 나날들을 매번 만나게 되리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