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모노
독백은 언제나 엉망이다. 문법에 맞지 않는 30dB은 주변에서 떠나질 않는다. 헤어드라이어기의 동의를 얻다가도 한참을 사용하지 않은(혹은 못한)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연계와 맥락은 없고 비선형적인 데다 예측 불가능하다.
‘의외의 조합’에서 본 이소의(의) 개인전은 독백의 연속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혼잣말과 다르게 그의 외로운 과거말은 발화되지 않고 현재로 소환되었다. 소환된 추상의 덩어리는 타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문법을 갖추고, 동시대의 수식을 달았다. 수식은 화려하지만 독백의 구조 아래 놓여 은은하게 감상 된다.
전시는 총 4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지막한 독백과 작은 말소리, 바스락거리거나, 소리가 없거나 들리는 듯한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장 끝에는 맑고 낮은 목소리가 흰 벽 위에 빔프로젝터로 영사되고 있다. 흔히 아침에 먹는 음식들로 채워진 테이블은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식욕의 부재를 돋게 한다. 기억날 법한 음식의 모습은 질감의 소거와 표백된 화면, 그리고 겨울의 사운드를 덧입어 어딘가로 박제된 개인의 서사를 끄집어낸 듯하다. – <맑고 낮은 목소리>, 3D 그래픽 비디오, 2분 21초, 2019
방을 나와 벽면을 따라 걷다 보면 표백된 조식朝食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려주는 1FPS, 2017을 볼 수 있다. 영상은 작은 태블릿 PC 화면에 마치 정지한 화면처럼 서있지만, 박제된 순간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바라보면 화면 안, 창가에 놓인 서양란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 <1FPS, 2017>, 1FPS 비디오, 무한재생, 2019
그 맞은편 움푹하게 들어간 어두운 공간 안에 전시의 제목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작품, Off Sight가 펼쳐진다. 어디인지 모를 대자연과 폐허의 중간을 만끽하는 두 명의 인물은 카메라에 몰래 담겨있다. 영상은 이제 막 조식을 마치고 가볍게 산책을 나온 커플이 멍하니 같은 곳을 응시하거나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낄낄거리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 <Off Sight>, 싱글 채널 비디오, 4분 59초, 2019
마지막으로 전시 공간 입구에 세 개의 평면 모니터가 세로로 서 있다. 세 명의 인물이 스크립트를 읽어 내려가는 영상은 독백(mono-logue)을 강요하듯 세 개의 채널로 쪼개져 있다. 일인극(mono-drama)은 가시광선을 무시한 채(mono-chrome) 파편적인 내레이션을 내뱉고 있다. – <낭독하는 이름>, 낭독 퍼포먼스, 3채널 비디오, 반복재생, 2019
이소의(의) 전시는 감상하는 자가 있기에 독백의 구조가 더는 성립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차분한 내밀함은 독백을 고백의 형태로 만들었다. 고백은 – 그것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 진심을 담고 있기에 그의 읊조림은 몇몇의 타자(관객)를 관계자로 만든다. 그의 얘기에 귀 기울이던 관계자는 깊게 공감하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한다. Off Sight가 좁혀지고 있다.
기간 2019년 11월 23일 ~ 12월 08일
장소 의외의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