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블라스, <얼굴 무기화 세트> @ 국립현대미술관

비트코인, 자율주행차, 5G로 상징되는 초연결의 세상. 역사책에서나 배웠을 법한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앞에 4번째라는 수식어를 달아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오늘의 세계에 예술가들은 어떤 시선을 던지고 있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3월 23일부터 오는 7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는 《불온한 데이터》는 본격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 작품을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총 9팀의 작업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몇 작업을 소개할까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크 블라스(Zach Blas)는 예술가이자 필름메이커, 연구자이면서 저술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한〈얼굴 무기화 세트〉는 디지털로 모든 정보가 전환이 되며 데이터를 수집, 인식, 가공하는 보이지 않는 주체와 그 안에 내포된 불평등과 부조리함을 드러낸다. 작가는 “침략자의 얼굴을 가장하거나, 그의 얼굴을 갖는 것”이라고 1966년 제작된 <알제리 전투> 영화의 한 장면을 레퍼런스로 인용하며 ‘호모 페이스’라는 가면으로 안면인식기술 이면에 담긴 사회적 차별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이에 저항하고자 한다.

연일 뉴스를 오르내렸던 비트 코인은 일종의 가상 화폐로 국가나 은행 등이 화폐와 개인의 신용을 담보해주던 과거를 지나 블록 체인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투명하고 모든 이와 공유하여 정보의 신뢰성을 보장받는 역발상이 신기술과 융합하여 생겨나 새시대의 산물이다. 뉴질랜드의 작가 사이먼 데니(Simon Denny)는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What is Blockshain?)〉(2016)에서 발전된 기술에 의해 이루어진 정보의 투명성이 중앙집권적 관리체계 가진 문제점을 극복, 공유된 정보로 개인의 신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토피아적 시스템으로써 블록체인을 바라본다. 이러한 유토피아적 관점은 산업혁명 전후 기술적 진보를 통한 미래사회의 장밋빛 청사진에 어딘가 닮아 있다.

한편 네덜란드의 작가 하름 판 델 도르펠(Harm van den Dorpel)은 〈내포된 교환(Nested Exchange)〉(2018)이라는 작업 속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활용, 예술이 되는 방식, 그리고 예술과 비예술을 가르는 경계설정의 모호함을 시각화 하였다. 아이디어에서 출발 물성이 있는 어떤 것으로 변환되어 전시장에 설치되고, 관련된 정보를 담은 아카이브 등이 예술 작품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한편, 소프트웨어를 활용 프로그래밍을 통해 작가가 예측할 수 없는 미적 결과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작가의 위치, 예술이 존재하는 자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영상 속 작가가 던지는 질문, ‘예술이 어디에 있는가’는 다시 말하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불온한 데이터》
기간
2019.03.23 ~ 2019.07.28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3,4 전시실
데이터를 가공, 소유, 유통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정보를 권력화하는가. 데이터를 둘러싼 맹목적인 믿음, 또는 그 근거 없는 불신과 위기감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공공의 선에 기여하도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불온한 데이터》는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탐구하고 미학적 특징을 발견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mm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