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래는 작고 크다
친구가 물었다. “좋은 노래를 판단하는 기준이 뭐야?” “뭐긴, 그냥 들었을 때 아! 내 노래다 싶은 거지.” 1년에 딱 2곡 정도가 나의 노래가 된다. 출근길 버스에서 10번 이상 들어도 좀체 질리지 않는 노래. 가장 최근, 내가 힘들 때마다 듣는 곡은 루시드폴의 8집 앨범 「모든 삶은, 작고 크다」의 타이틀곡 ‘안녕,’이다. 2년 전, 앨범이 나왔을 무렵 루시드폴을 만났다.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그도 나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성격, 우리는 조용한 테이블로 옮겨 1시간 남짓 대화했다. ‘안녕,’에는 “나는 침묵이 더 편해졌어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신곡에 대해 이래저래 설명해야 하는 인터뷰가 곤혹스럽지 않을까 궁금했다.
“한동안 침묵할 수 없을 텐데, 괜찮나요?”
“저는 말하는 일이 ‘충전’보다는 ‘소진’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물론 말하면서 더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도 있죠. 이를 테면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요. 제게 말이란, 늘 즐겁지만은 않지만 제 작업이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크게 거부감이 없어요. 인터뷰 질문이 아무리 엉터리라고 해도요. 제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알리고 싶고, 더 잘 보아달라고 부탁도 하고 싶으니까요.”
인터뷰를 오래 하다 보면 인터뷰이의 특징이 바로 보인다. 머릿속에 이미 할 말을 정해놓고 말하는 사람 vs 진짜 이 자리에서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답하는 사람. 루시드폴은 후자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안녕,’을 다시 들었다. 쉼표를 찍지 않으면 ‘Goodbye’ 느낌이 나서 ‘안녕’ 뒤에 쉼표를 찍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자꾸 귀에 맴돌았다. 쉼표 뒤에 이어질 말들을 채우고 싶었다.
가사가 분명히 귀에 박히는 노래들을 좋아한다. 멜로디가 좋아 듣다가 어느새 가사를 곱씹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흐뭇한 마음이다. 가사가 좋지 않으면, 내 노래가 될 수 없다.
루시드폴은 8집 앨범을 ‘노래하는 집’ 오두막에서 만들었다. 총 12평의 2층짜리 오두막. 제주도 과수원 사이에 직접 지은 공간. 그는 “생각해보니 ‘홈 레코딩’이 아니라 ‘팜 레코딩’이었다”고 말했다. 과수원 속 귤 나무를 지나 오두막에 들어가 곡을 짓고 노래를 불렀을 루시드폴을 상상하며, ‘안녕,’을 또 한 번 들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어쩌면 귤이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상상했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어쩌면 이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나의 평생의 앨범’ 중 하나가 될 거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사실이니까. 모든 삶은 작고 크고, 모든 노래 역시 작고 크니까.
사회생활하며 분노가 차오를 때마다 마음을 추스르고자 이어폰을 꺼낸다. 신경안정제 역할을 하는 노래가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하다. 나는 ‘안녕,’ 이후의 새 노래를 아직 찾지 못했다. 루시드폴의 팜 레코딩으로 만들어질 신곡이 어서 빨리 나오길. 그의 더 작은 노래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