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떠날 수 있어
돌아올 날 따위 떠올리지 말고 가요
낯선 사람 된 채 걷다 걷다 어디선가 머물다
너무 좋으면 오지 마요

이 도시 속 뭔가 잡힐 것 같아 버텼지만
잡은 것 같았었지만 또다시 똑같은 하루
오기 반 익숙한 거 반 막연한 두려움까지
그게 뭐라고 날 더 붙잡을 수 없는 걸

떠나요 늘 말해왔던 그곳으로 우리 떠나요
더 이상 미루다 도시의 유령 되지 마요
멀찍이 남은 내 날들은 더 많이 느껴야겠어
어서 올라타 미련 없이

그립겠지 두고 온 모두와 정든 날들이
그래서 깨달을 테지 그들의 소중함들을
그래도 떠나가야 해 그리고 소식 전해줘
너무 보고 싶지만 떠나길 잘했다고

기어코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떠날 수 있어
돌아올 날 따위 떠올리지 말고 가요
낯선 사람 된 채 걷다 걷다 어디선가 머물다
너무 좋으면 오지 마요

떠나요 늘 말해왔던 그곳으로 우리 떠나요
더 이상 미루다 도시의 유령 되지 마요
멀찍이 남은 내 날들은 더 많이 만나야겠어
어서 올라타 걱정 마
어서 올라타 사랑해
어서 올라타 굿바이

2018 <월간 윤종신> 8월호 스페셜 ‘떠나’는 2013년 여름 파리바게트의 의뢰로 제작되었던 ‘눈송이 빙수’를 새롭게 재편곡한 곡이다. ‘눈송이 빙수’가 빠르고 시원하고 신나게 달려가는 댄스였다면, ‘떠나’는 살짝 느린 템포 안에서 설렘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티팝이다. 그 순간의 기분이나 감각을 담는 데 집중했던 이전의 윤종신표 시티팝과는 달리, 이번에는 한곳에 고여 있지 말자는 명확한 메시지를 노래했다. 2015년 8월에 발표되었던 ‘사라진 소녀’ 속 부모가 답가를 만든다면 아마도 이런 내용이 아닐까 싶은,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과감히 떠날 줄 아는 삶을 예찬하는 곡이다. 윤종신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로 손꼽는 곡이기도 하다.

“우리는 잃는 게 두려워서 얻지도 잃지도 못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자주 해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안정감과 만족감은 무척 중요해서 일단 자리를 잡고 나면 안주하게 되거든요. 이 정도면 됐다고, 이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여기까지도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다음은 상상하지 않죠. 요즘 저는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데요. 떠나봐야 새로운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내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잃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잃어야 하는 거 같아요. 떠나야 할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하고요. 그래야 새로운 나를,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저희 아이들 그리고 후배들 세대는 겁도 없이 막 떠났으면 좋겠어요. 떠나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으니까요.”

윤종신은 ‘떠나’를 발표하면서 작은 도전을 한다. 자발적으로 신곡을 음원 사이트 1면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신곡에 대한 홍보는 윤종신과 미스틱, 그리고 <월간 윤종신> 채널만을 활용한다. 이제껏 매월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걸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결정은 당장은 퇴보이자 손해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특별히 윤종신의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는 팬이 아니라면, 이번 곡은 발매가 되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윤종신은 유통사나 음원 사이트의 힘에 덜 기대었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다음 행보를 기획해보고자 한다.

“음원 사이트는 저희 같은 창작자와 대중을 이어주는 감사한 매개체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과연 현재와 같은 운영 방식이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있어요. 특히 음원 사이트 첫 페이지에 대해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왜냐하면 거긴 전쟁터나 마찬가지거든요. 수많은 창작자들이 그 첫 페이지에 자신의 신곡을 노출해보려고 줄을 서 있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애써 만든 곡을 그냥 묵히죠. 저는 음원 사이트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 페이지는 음원 사이트의 힘에 좌지우지되는 매대가 아니라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뉴스 가판대가 되어야죠. 사용자들에게 무의미한 정보를 꾸역꾸역 밀어넣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찾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창작자들에게도 사용자들에게도 발전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Music >

Lyrics by 윤종신
Composed by 윤종신
Arranged by 송성경

Drums Programming 송성경
Bass 최인성
Guitars 이태욱
Keyboards 송성경
Background Vocals 앤드(AND)

Recorded by 정재원(@STUDIO89)
Mixed by 김일호(@STUDIO89)
Mastered by Stuart Hawkes(@Metropolis Studio)

Music Video >

Director 권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