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중계 된 북토크에서,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준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세상에 나 말고 나만큼 귀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 그리고 그는 이 책에 이렇게 썼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나는 한동안 이 서정이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울음이나 위로, 고독, 그리움, 슬픔 같은 서정을 둘러싼 단어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간지러운 것이라고 의심해왔다.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나처럼 서정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을 오래 생각하는 일은 겸연쩍은 일이라기보다, 실은 그 일이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임을 새삼스레 깨우치는 그런 책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추억을 고이 간직하는 글쓰기, 혼자 한 여행의 단편들이 따스하게 담겨있다.

박준이 이 책에 쓴 글은 시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편지이기도 하다. 시인이 언어를 직조하는 사람이면서 이 세계를 관찰해 말을 건네는 사람이고, 산문가는 보다 깊게 세계를 파고들어 구체적인 물음에 다가가려는 사람이라면, 박준은 시인과 산문가의 사이에서 연서를 쓰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작가다. 그리하여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잔잔하게 울리는 그런 글이 책에 담겼다. 내가 가끔 액체였으면 하는 날 그대로 흘러가 버리면 좋을 법한 기분일 때, 혹은 알맞은 시절에 좋은 사람에게 고요함을 선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유정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지은이 박준
출간정보 난다 / 2017-07-01

<걱정 말고 다녀와>는 김현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시인이자 인권 활동가이자 직장인인 ‘보통 사람’ 김현의 소소하고 특별한 일상의 무늬가 담겼다. 술 취한 엄마에 대한 이해, 부당 해고에 맞서는 집단 퇴사 경험, 임대 주택에 살기까지의 과정,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날의 소회, 촛불에 대한 기억과 감각 등 저자의 삶을 둘러싼 짙고 옅은 인상들이 모여 있다. 한 편 한 편이 진솔하고 투명해서 읽다 보면 마치 내가 이 사람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엿본 것만 같은,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을 잘 알게 된 것만 같은 반가운 기분에 휩싸인다. 착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사람은 선하고 따뜻하고 성실하고 강인한 마음을 가진 듯하다.

<걱정 말고 다녀와>에는 ‘켄 로치에게’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매 챕터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혹은 인터뷰와 한 쌍의 짝처럼 맺어져 있다. 얼핏 목차만 보면 해당 영화에 대한 에세이가 아닐까 싶은데, 영화보다는 저자의 사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고 영화의 내용과 아예 상관없는 건 또 아니어서 저자가 영화에 대한 단상과 애정을 자신의 삶에서 겹쳐보았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켄 로치의 영화는 그의 글쓰기에 나침반이 되어준 셈이다. 김현 시인은 들어가는 말에서 이렇게 쓴다. “이 책은 켄 로치의 영화로부터 시작됐으나 그보다는 그의 말을 신뢰하는 글들로 채워졌다. 쓰기 전에는 복잡했으나 쓰면서는 단순하길 바랐다. 사람과 사람이 겪는 일이 중요했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는, 적어도 나는 매일 놀고먹을 수는 없을까 꿈꾸며 노동하는 사람이다.” (김주성)

『걱정말고 다녀와』
 김현
그림 이부록
출간정보 알마 / 2017-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