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의 작가는 조윤진이다. 조윤진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의 초상을 테이프로 표현하는 아티스트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붙이고 연결하고 고정할 때 쓰는 그 테이프가 그녀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인 것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완성된 초상은 대개 유명한 사람들의 그것이지만, 우리가 익히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익숙하지만 낯설고, 평범하지만 새롭다.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재료의 물성과 특성을 파악하고 운용하는 작가의 창의력과 장악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대범하고 때로는 섬세한 선과 색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얼마나 오랜 시간 재료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조윤진의 자세한 활동은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artdini
https://www.instagram.com/artistyoonjin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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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owie, 72.7×60.6cm, sellotape on panel, 2016
Egon Schiele, 72.7x60.6cm, sellotape on panel, 2016
Egon Schiele, 72.7×60.6cm, sellotape on panel, 2016

– Cafe LOB에서 2017년 4월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예전부터 이곳에서 전시하는 작가 님들을 보면서 ‘아… 나도 Cafe LOB에서 전시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전시 제의 연락받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매우 영광스러웠어요.

– 그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3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요. 마땅히 저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고모께서 미술학원에 보내주셨어요. 그게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면 칭찬받는 것이 좋았고, 그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2013년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던 그 시기가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대를 졸업하고 개인 화실을 운영하던 때였는데요.어느날, 제가 가르치던 아이가 “선생님은 왜 미술 선생님인데 그림을 안그려요?”라고 말했어요. 그때부터 제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지?’하고 계속 질문하며 지냈는데, 그러다보니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지경까지 온 거예요. 잠을 이루지도 못했어요. 그러던 중, 제 증상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병원을 찾았고, 약을 먹으면서 안정을 되찾아갔죠. ‘하루에 하나씩 뭐라도 그리자. 선 하나만이라도 꼭 긋자.’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만약에 그때 우울증을 앓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그림 그리는 저는 없었을 것 같아요. 정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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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n freud, 72.7×60.6cm, sellotape on pane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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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es Davis, 80.3×65.1cm, sellotape on panel, 2016

– 테이프를 사용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학부 때 친구들이 벽에 라인 테이프를 붙여가며 그림을 그린 것을 봤어요. ‘재미있네, 나도 언젠가 테이프로 작업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했었죠. 우울증을 겪은 후 드로잉 비스무레한 것을 매일 하다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료 말고 또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곧 테이프를 떠올리게 되었죠. 드로잉 위에 일반적인 미술 재료 대신 테이프를 붙여나간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게 없는데 테이프도 다양한 색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검색해봤더니 진짜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테이프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테이프로 연구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어요.

– 테이프를 이용하며 작업할 때 장단점이 무엇인가요?

장점은 작업 준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 단점은, 단점이라기 보단 어려운 점인데, 인물의 색을 보는 일이 어려운 것 같아요. 테이프로 작업한 지 4년차가 되었는데도 늘 어려워요.

– 작가 님께서는 특별히 초상, 특히 유명인의 초상에 관심이 많으신 거 같은데요. 유명인의 얼굴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웃음) 나는 그림을 그리니까 그림으로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일반적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테이프로 유명한 사람을 그려서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들을 그리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들을 그리면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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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is back, 50.0×50.0cm, sellotape on pane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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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t Cobain(2), 65.0×53.0cm, tape on panel, 2014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신 작품들 역시 다양한 아티스트(루시안 프로이트, 에이미 와인하우스, 데이빗 보위, 마일즈 데이비스, 프리다 칼로 등)의 얼굴을 담고 있는데요. 아티스트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영화, 음악, 미술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잖아요. 동경과 존경의 마음이 제 마음 속에 자리 잡을 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선정기준은 아무래도 제 마음이 아닐까요?

– 아티스트의 사진을 고르는 데도 특별한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기준이 있을 것 같지만 없어요. 제 마음에 들어야한다는 것 말고는요. 그게 가장 특별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인상적이었던 작업은 제가 격투기 선수인 코너 맥그리거를 그린 것이지요. 저는 격투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요. 그 분야는 정말이지 평생 관심이 없을 것만 같았던 분야였죠. 그런데 남자 친구과 함께 격투기 경기들을 보면서 코너 맥그리거의 왕팬이 되었어요.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제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불타올라 그 선수의 초상을 작업한 다음날, 그 선수가 UFC 경기에서 이겼는데요. 마치 저의 팬심과 소망이 전해진 것만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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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65.1×53.2cm, sellotape on pane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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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65.1×80.3cm, sellotape on panel, 2016

– 작가님의 작업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테이프(tape), 인물(portrait), 색(color)

– 작업과 관련하여 최근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요? 

테이프는 일반적인 미술재료와 달라서 재료의 수명이나 보관, 그리고 관리 방법 등에 대해서 계속 연구 중이에요. 평생의 숙제가 아닐까요.

–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으로도 계속 인물을 만나고, 알아가고, 그리고 싶어요. 물론 인물만 그리려는 건 아니고요.(웃음) 한동안은 전시를 잡지 않고 작업 방향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은데, 또 사람 일이라는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 작가님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꿈을 꾸게 해주는 일이에요. 나를 만들어가는 일이죠.

–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드디어 Cafe LOB에서 전시하는 꿈을 이루게 되었네요. 제 작업들은 실제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전시 기간동안 꼭 Cafe LOB에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