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난 영화는 <토니 에드만>이다. 독일의 여성 감독 마렌 아데의 신작으로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중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럼에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모은 바로 그 작품이다. 가까워지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 멀어져 버리는 부녀 관계의 흥미로운 양상을 담았다. 웃음을 잃은 딸을 위해 어떻게든 농담을 이어나가는 아버지 역의 페테르 시모니슈에크와 사회적 성공을 얻은 대신 일상의 행복을 잃은 딸 역의 산드라 휠러가 선보이는 기묘한 화학작용이 인상적이다.

인생의 재미를 잃어버린 커리어우먼 딸을 위해 괴짜 아버지가 고군분투한다는 시놉시스만 보면 얼핏 전형적인 드라마를 예상하기 쉽다. 중반까지 이렇게 저렇게 시답지 않게 웃기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면 기어코 눈물 콧물을 짜내는 흔하디흔한 가족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정한 듯 시종일관 익숙하고 쉬운 길은 비껴간다. 물론 그 길의 끝엔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던 종류의 것은 아니며 우리는 거기까지 닿기 위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영화는 영화 속 부녀의 각기 다른 성격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처럼 정다우면서도 괴팍하고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정서로 가득한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고, 섞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섞이는 게 이 부녀를 꼭 빼닮았다.

윤종신, 김세윤, 배순탁, 그리고 김이나가 <토니 에드만>를 보고 감상을 나누었다.

COMMENT

김세윤 “보기 전에는 졸지만 말자고 생각했으나 보는 동안에는 울지만 말자고 생각했다.”
배순탁 “우리는 쓸모 있는 것에 매달리지만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쓸모 없는 것이다.”
김이나 “인생이라는 파이프에 낀 석회질을 긁어내줄 수 있는 영화.”
윤종신 “이 영화는 행복한 변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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