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의 작가는 민조킹이다. 민조킹은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보다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한다. 작업 영역을 한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바람대로 요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고, 최근에는 그림 에세이 <모두의 연애>를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데칼코마니’라는 테마로 엮인 12점의 신작을 선보였다. 닮은 것 같지만 다르고 다른 것 같지만 닮은 우리 일상의 단면을 민조킹 특유의 과감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민조킹의 자세한 활동은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minzoking.com
https://www.instagram.com/minzo.king

2017_02_lob_1
자매(210*297), 아크릴 과슈
혼자가 아닌 둘(100*150), 콘테
혼자가 아닌 둘(100*150), 콘테


Cafe LOB에서 2017년 2월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이곳에서 전시하셨던 많은 분이 비슷한 얘기들을 하셨던 것 같은데, 저 또한 윤종신의 팬이어서 좋았습니다. 콘서트에 갈 정도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공식적인 개인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시는 처음이어서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고, 다음번에 전시를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좋았습니다.

그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을 전공하신 건가요?
다른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사실 아주 어렸을 때는 만화가를 꿈꾸고 미대 진학도 잠깐 준비했지만, 부모님이 원하지 않으셔서 포기하고 일반적인 학과를 선택했습니다.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첫 번째 책을 독립 출판으로 만들면서 전환점이 되었어요. 그 전까지는 취미로 그린 그림을 SNS에 올리는 것에 그쳤는데, 직접 책을 만들면서 제 작업이 가상의 무엇이 아닌 실체로 다가왔습니다. 그 경험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거듭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첫 책 이후로 욕심이 생겨서 계속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2인 3각(210*297), 색연필
2인 3각(210*297), 색연필
바나나걸(220*160), 마카, 펜
바나나걸(220*160), 마카, 펜


전업 작가로 활동하신 지 이제 1년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5년간 회사 생활을 했는데요. 회사 생활에 진력이 날 때쯤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이직할 것이냐 그림을 그릴 것이냐, 하는 결단의 기로에 서게 되었어요.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게 저의 큰 장점이기도 했는데, 전업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여러 제안을 받게 되었고 ‘아직 나는 젊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남편의 적극적인 격려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Cafe LOB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준비하신 작업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데칼코마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느 날 나란히 걸어가는 어떤 커플의 뒷모습을 보는데 서로 닮은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그 모습이 꼭 ‘데칼코마니’ 같다는 생각을 한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이번 전시에는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편듯한 느낌의 작업이 많은데요. 대칭을 이루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남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평소 SNS에서 보여주신 작업과 달리 수위(?)를 조절하신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굳이 이번 전시가 아니더라도 수위는 적절하게 조절을 하고 있어요. 너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느낌을 추구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제 그림을 지켜봐 오신 분들은 저에게 ‘초심을 잃었다’는 소리를 종종 하십니다. 또 SNS에서는 제 그림이 유해 게시물로 간주되어 삭제되는 일도 있어서 수위에 대한 부분은 항상 제게 큰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black and white(174*96), 펜
black and white(174*96), 펜
October(182*257), 콘테, 색연필
October(182*257), 콘테, 색연필


작가님은 요즘 SNS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고, <모두의 연애>를 비롯해 3권의 책을 펴내시기도 하셨는데요. 많은 분이 작가님의 작업을 사랑해주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내 경험이 세상에서 제일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은 너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제가 겪거나 생각한 것들을 여과 없이 보여드리는데요. 그 점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조금 지질하고 구질구질해도 웃음이 나는 시트콤 같은 느낌이 제 작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의 섹스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은 것도 ‘섹스’는 ‘음란한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라고 생각하는 저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죠.

‘그림’ 작업과 ‘그림 에세이’ 작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일 것 같은데요. 각 작업의 어떤 점이 작가님에게 매력적인지 궁금합니다.
에세이는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제 그림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장면 묘사에 더 힘을 주어요. 개인 작업은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선이 가는 대로 그리고요. 개인 작업을 할 때 더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대담하고 솔직한 그림을 선보이다 보면 당혹스럽거나 예상치 못했던 반응과 맞닥뜨릴 것 같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독자나 피드백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자신의 중요 부위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황당하죠.(웃음) 그래도 제가 어떤 체위의 그림을 그려서 올렸을 때 ‘나는 이 자세를 좋아한다’는 식의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댓글이 달리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a lover, 콘테
a lover, 콘테
lying together(219*158), 수채화
lying together(219*158), 수채화


작가님의 작업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날 것, 따뜻함, 살색.

작업과 관련하여 최근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요?
우선 지금 새로 준비하는 작업이 있는데 그에 대한 평가에 대한 고민이고요. 올 하반기에는 ‘민조킹’이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개인전을 꼭 열고 싶어서 전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이 두 가지가 요즘 저의 이슈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좀 더 과감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초밥의 연인(스캔 후 디지털)
초밥의 연인(스캔 후 디지털)
코끼리와 연인(210*297), 아크릴 과슈
코끼리와 연인(210*297), 아크릴 과슈


작가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림은 저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시’를 한다는 건 막연한 일이었어요. 생각만 했던 일들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 멋진 일들 꾸미고 있으니 앞으로의 저의 행보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계획하시는 크고 작은 소망을 이루는 뜻깊은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