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의 작가는 김나훔이다. ‘내리면 탑시다’ 캠페인 포스터와 영화 <잉투기> 포스터로 널리 알려진 그는 개성 있는 그림체와 유머러스한 레터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의 작업과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지는, 다수의 공감보다는 불안과 우울 같은 내밀한 감정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였다. 김나훔의 자세한 활동은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g3735671
https://www.instagram.com/nahu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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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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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면 탑시다

Cafe LOB에서 2017년 1월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개인적인 작업이나 상업적인 작업으로 일러스트를 많이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전시를 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아서 떨립니다.

그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이 아니라 요리를 전공했다고 들었는데요. 전공과는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된 사연도 궁금합니다.
원래 제과제빵과 외식업을 공부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미대에 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빵을 하면 제 창의성을 발휘하면서도 직업적으로도 안정적일 수 있다고 속단했습니다. 그게 문제였죠.(웃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나요?
학교를 졸업하고 실제 현장에 나가서 일해보니, 제빵이라는 분야가 훨씬 더 영양학적이고 식품학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길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죠.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내가 그림, 디자인, 사진과 같은 시각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더 늦기 전에 삶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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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고
남탓
남탓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를 위한 세계’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진 제 작업물은 ‘공감’이나 ‘병맛’ 같은 수식어가 붙거든요. 다시 말해 재밌고 유쾌하고 공감이 가는 내용인 거죠. 이번에는 공감을 얻기보다는 제 세계를 온전히 보여드리는 데 집중했어요. 그래서 한 남자의 얼굴(저의 마음을 담은)이 커다랗게 등장하는 그림이 많습니다. 정신 없는 도시 속에서, 수많은 군중 속에서 좀 더 내 감정에 집중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작가님은 요즘 영화 포스터, 예능 프로그램 티저 포스터, 스포츠웨어 브랜드 캠페인 일러스트, 학원 지면 광고, 패션지 표지 등 눈에 띄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셨는데요. 상업적인 작업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작업을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업적인 작업에서는 온전히 제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해요.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의 목적에 맞는 작업을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저는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분들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작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제 그림 자체보다도 그림 안의 유머러스함 때문에 연락을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상업적인 작업은 하기 싫은 일이고, 개인적인 작업은 즐거운 일이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상업적인 작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보통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개인 작업으로 진행해요. 상업적인 작업과 개인적인 작업의 균형을 잘 맞춰야 그림 그리는 일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매체에서 작가님의 작업에 애정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하는 작업 중에 한글과 일러스트가 결합된 게 많은데, 아무래도 이와 같은 작업이 짧은 시간에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것 같아요. 그림의 범용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가 할게요
이건 제가 할게요
빨래
빨래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제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 와중에 평소 좋아하던 레터링 작업과 그림 작업을 합쳐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내리면 탑시다’ 포스터를 만들게 되었죠. 이 그림이 알려지면서 여러 클라이언트와의 작업이 성사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작업하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꼈던 작품 혹은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렸던 ‘내리면 탑시다’ 일러스트가 저한테는 의미가 크고요. 그 작업을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던 엄태화 감독의 데뷔작 <잉투기> 포스터도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으로 돈을 받고 진행했던 작업이었는데, 영화의 공식 포스터로 일러스트가 채택되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쁨, 슬픔, 공감.

순간
순간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작업과 관련하여 최근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제 작업 방향이다 보니, 다소 들쑥날쑥한 감정이 보시는 분들에게는 정돈되지 않은 분출의 결과로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합니다. 좀 더 정리되고 정제된 기획적인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직장 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나름의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창작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제 개인 작업을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회사에서 6년째 근무 중인데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인쇄 관련 업무라서 개인 작업과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요. 지금의 회사에 몸담기 전에는 이직도 많이 했고,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작업을 가운데 놓고, 그와 관련된 직장 혹은 아르바이트를 찾는다면 두 가지 일을 알맞게 병행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과 작업을 병행하는 사람은 절실함이 부족하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생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유로운 작업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해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거라서 확답을 내리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앞으로의 작업이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의 들쑥날쑥한 감정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제까지는 그저 제 생각을 맘껏 배출하는 일이 재밌어서 그냥 부딪혀왔는데요. 앞으로는 보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기획을 더하여 어떤 ‘묶음’을 만들고 싶어요. 작년에 출판했던 그림 에세이 같은 모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동화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구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이렇게 전시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면서도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제 작업을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름(본명)도 특이하니까 잊지 말아주세요.(웃음) 더 즐겁게 창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에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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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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