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의 작가는 박혜미이다. 작은 움직임들을 모아 기록하고 작고 적은 것들을 만들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자신을 소개해온 그녀는 그림 같은 평면 작업뿐만 아니라 인형 제작과 모빌 작업 등 입체 작업도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그룹 ‘그래서’의 멤버로 활동 중이며, 독립 출판물 ‘수박씨 이야기’와 ‘주저하는 말들’을 작업하기도 했다. 박혜미 작가의 자세한 활동은 그녀의 홈페이지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의 고백 - 박혜미
매일의 고백 – 박혜미 / 210*280 / colored pencil on paper

Cafe LOB에서 2016년 10월 한 달간 전시하고 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사실 예전부터 윤종신 님의 팬이었어요. 처음 ‘Cafe LOB’가 생겼을 때 어릴 적부터 친구와 카페를 찾아갔던 적도 있었어요. 전시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때가 생각나면서 기분이 무척 묘했어요. 좋아하는 뮤지션과 작지만 함께 무언가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기쁩니다. 또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님들이 참여했던 릴레이 전시에 저도 함께 할(->함께할) 수 있어서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에 전시하신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순간을 잘라놓은 영화 스틸컷처럼 감정을 압축시켜 한 컷으로 그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관계없는 컷과 컷들이 우연히 만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런 컷들을 모아 전시하게 됐어요.

frame2 - 박혜미
frame2 – 박혜미 / 210*270 / watercolor on paper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작가님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 방식이 있나요?
떠오르는 것이 없으면 쉽사리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편이라 소재를 틈틈이 수집해서 폴더에 정리해 두는 습관이 있어요. 그렇게 정리한 것들을 가지고 순간 떠오르는 감정이나 이야기를 표현하는 편입니다.
기본 베이스로 마커와 색연필을 사용하는 편인데, 마커를 쓸 때 판화로 찍은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스케치한 그림에 얇은 종이를 덮고 흥건하게 마커를 발라 묻어 나온 색을 마티에르로 사용해서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게 제 그림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이번 전시에 모빌로 된 설치 작업도 선보이셨는데요. 그림 이외의 작업도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모빌 작업을 하게 된 건 4년 전이었어요. 평면 작업만 하다 입체 작업을 해보니 꽤 흥미롭고 재미있더라고요. 그 이후로 몇 번 더 모빌을 만들어 전시했었는데, 모빌보단 그때쯤 시작한 자수 작업에 더 흥미를 느껴서 실을 이용한 드로잉을 계속해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심심할 때마다 인형을 만들곤 했는데, 실로 드로잉한 그림을 인형으로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서 지금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곤 해요. 이번에 전시한 모빌 작업도 그것 중의 일부입니다.

frame5 - 박혜미
frame5 – 박혜미 / 210*270 / colored pencil, maker on paper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이사를 자주 다녔어요.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거의 1, 2년에 한 번 꼴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소심해서 그런지 친구 만드는 걸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림을 그리시던 엄마가 그려둔 그림과 재료들을 가지고 노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매번 하던 일을 매일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션 그룹 ‘그래서’의 멤버로 활동 중이시기도 한데요. 최근 ‘무크 그래서’라는 비정기 간행물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룹과 간행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래서’는 개인 작업의 한계를 벗어나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며 서로의 작업을 반전시키는 목적으로 2014년 첫 활동을 시작했어요. 평상시에는 각자의 작업을 진행하다가 북 페어 참가, 달력 프로젝트 등의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임과 활동 중 개성이 뚜렷한 9명의 작품을 좀 더 강하게 묶어 보여 줄 방법은 없을지 생각하다 만들게 된 것이 무크지 ‘mook greso’입니다. 이름이 왜 ‘그래서’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접속부사인 ‘그래서’를 사용했어요. ‘그래서 그럴지도’의 경우 각자가 생각하는 ‘지도’를 만드는 첫 프로젝트였고, ‘그래서 그 노래’, ‘그래서 달력’ 등 ‘그래서’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frame1 - 박혜미
frame1 – 박혜미 / 210*270 / watercolor, maker on paper

요즘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계속 이렇게 그려나가도 될까?’ 하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마치 홍역에 걸린 것 같았던 사춘기가 다시 한 번 더 찾아온 것 같아요.(웃음)

최근 작가님의 이슈나 관심사가 있다면?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공연장에 가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공연장을 찾아가는 일이 점점 줄었어요.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여러 사이트를 뒤져 질 좋은 영상을 찾아 틀어놓곤 하는데, 잠시나마 공연장에 간 기분이 들어 몸을 들썩거리곤 합니다. 보고 싶었던 공연을 놓치는 일이 많아져서 수시로 공연 일정을 찾아보는 게 요즘의 관심사가 되었네요.

마냥걷는다- 박혜미
마냥걷는다- 박혜미 / 140*210 / colored pencil, maker on paper

앞으로의 작업/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들로 책과 굿즈를 만들고 있어요. 11월의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연말은 그렇게 보내게 될 거 같아요. 많은 것이 계획되어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지속 가능한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시간이 참 빠른 거 같아요. 2016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들 무사히 그리고 건강히 한 해를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