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월간 윤종신> Repair 4월호 ‘부디’
“그때처럼 거침없이 막 말하고 막 써내려 가고 싶다고, 이번 호를 작업하면서 생각했다.”
내게 있어 4집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 말고도… 정석원 형의 그늘을 벗어나 처음으로 나 혼자 앨범 전체를 책임지고 꾸려나간 점, 앨범 표지에 그냥 막 찍은 사진이 아니라 설정된 사진을 썼다는 점, 뭘 모르면서도 자작곡들 위주로 참 겁 없이 꾸민 앨범이라는 점. ‘부디’는 4집의 타이틀 곡이었다. 나름 히트도 했다. 하지만 후에 사람들로 하여금 별로 회자되지도 않았고, 윤종신의 베스트로 뽑히지도 않았고… 그래도 나 자신이 이 곡에 묘한 애착이 있다. 이렇게 신파를 멋모르고 직설적으로 해댔다는 것도 그렇고, 건반을 잘 치지도 못하면서 팝이랍시고 객기 넘치는 진행을 선보였던 것도 그렇고, 고음부에서 놀다가 끝나버리는 패기를 보여줬다는 것도 그렇고.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 노래를 자주 안 부르게 되었던 게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요즘 월간 윤종신 Repair 작업을 하면서 나는 문득 이 노래가 나에겐 참 귀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쓰기도 참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가사만 놓고 봐도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잊어줘 살아갈 이유 잃어버린 날’이라니… 지금은 이렇게 쓰려고 해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차마 시도하지 못할 저 극적인 표현들이 참 사랑스럽다. 아니, 그때처럼 거침없이 막 말하고 막 써내려 가고 싶다고, 이번 호를 작업하면서 생각했다. 나이 45세. 24년 차 가수지만, 나는 닥치는 대로 쓰고 닥치는 대로 부르고 싶다. 물론 그럴 수 있을 거다. ‘월간 윤종신’은 내 맘이니까…
하지만 그래서 난 준비 못했지
내 삶 속에 가장 귀한 너와
헤어진 뒤에
쓰린 이 상처를 견딜 준비를
미안해 오랫동안 힘들었었지
언젠가 한 친구 충고해 주었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너와
나의 사랑은
그 땐 어렸는지 웃어버렸어
포기해버린 니 마음 이해해
둘만의 사랑으론 축복받을 수
없다는 걸
나는 괜찮아 그냥 견딜 수
있을거야
너무 지쳐버린 니가 걱정될 뿐
이젠 더 이상 눈물 짓지 마
아직도 흘릴 눈물 남았니
뒤돌아 볼 것도 없어 빨리 가렴
마지막 니 모습에 널 잡을지 몰라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잊어줘 살아갈 이유 잃어버린 날
이젠 더 이상 눈물 짓지 마
아직도 흘릴 눈물 남았니
뒤돌아 볼 것도 없어 빨리 가렴
마지막 니 모습에 널 잡을지 몰라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잊어줘 살아갈 이유 잃어버린 날
이젠 더 이상 눈물 짓지마
아직도 흘릴 눈물 남았니
뒤돌아 볼 것도 없어 빨리 가렴
마지막 니 모습에 널 잡을지 몰라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잊어줘 살아갈 이유 잃어버린 날
윤종신에게 4집 앨범 [공존]은 각별하다. 상업적인 성공을 별개로 놓고 봐도 그렇다. 이 앨범은 그가 자주적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했던 첫 번째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전까지의 앨범이 작곡가 정석원에게 크게 기대어 있었다면, 4집 앨범부터는 윤종신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앨범 작업을 이끌어갔다. 진정한 의미의 홀로서기였다. 윤종신은 그 당시 음악을 만들면서 했던 생각을 이렇게 전한다. “4집 이전까지의 제 음악이 팝에 가까웠다면, 4집부터는 복고로 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복고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그때부터 생기지 않았을까 싶네요. 4집 앨범을 작업했을 당시 제가 복고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그때 꽂혔던 음악들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앨범 전체를 끌고 나갔기 때문에 노래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 사진까지도 노래와 이어지도록 복고로 콘셉트를 맞춰서 찍었던 것 같아요.”
윤종신이 지난 3개월 동안 진행했던 리페어작업은 그가 만들었으나 직접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을 다시 불렀던 것. 하지만 이번 4월호는 그가 이미 불렀던 노래를, 게다가 많은 인기를 끌었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윤종신은 왜 ‘부디’를 다시 부르려고 하는 걸까. 윤종신은 그 의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저는 데이비드 포스터 같은 느낌을 원했어요. 이 곡은 제가 작사, 작곡, 심지어 편곡까지 다 했던 곡인데요. 그 당신의 저는 테크니컬한 방식으로 편곡할 수 없었어요.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이었거든요. 제가 하는 편곡이란 악기 주자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일단 그들의 느낌대로 가달라고 해서 그것들을 조정하는 거였죠. 그러니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결과물이 다소 투박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요 그때는 그게 제 한계라는 걸 알면서도 절대로 남한테는 맡기기 싫었거든요. 그게 마음 속 한켠에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윤종신의 주변에는 이제 기술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세련된 편곡을 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윤종신은 그 친구들을 보며 ‘아, 그렇다면 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내가 그 당시 미처 해내지 못했던 그 느낌을 살려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생각을 직접 실현해냈다. 리페어된 버전의 ‘부디’는 원곡보다 애절함은 덜하지만, 윤종신이 처음 의도한 대로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남성적인 느낌으로 완성되었다.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Plan 최진권
Edit 김주성
Design 한경희
Video Edit 이지윤, 권철
Making Photo 권철
사진
Photo & Video 안성진
음악
Lyrics & Compose 윤종신
Arrange 강화성
Drum Programming 신정은
Bass 최훈
Guitar 홍준호
Piano & Keyboards 강화성
Chorus AND
Recording 김일호
Mixing 고현정 @Musicabal Studio
Assist 여인욱
Mastering Metropolis Studio
Artists & Repertoire 박혜미
앨범아트
Artwork 안중경
Artwork Director 이강훈
Design 공민선
뮤직비디오
Director 권철
Lighting Director 김형민
Producer 이승호
Art Director 장혜린
Assistant Director 이지윤
Still Photo 박진호
스타일링
오영주, 오진주
매니지먼트
조배현, 하영진, 방재혁, 최호준
발행 MYSTIC89
제작 OFFBEAT,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