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의 작가는 케이채이다. 케이채는 꾸며지지 않은 삶의 진실한 순간을 찾고 그것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세상을 여행하는 ‘거리 사진가’이다. 이 세상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즐겁다는 그는 매일매일 즐기면서 사진을 찍는 삶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케이채 지구 조각] 시리즈, [아프리카 더 컬러풀], [마음의 렌즈로 세상을 찍다] 등 다양한 사진집과 포토에세이를 펴냈으며, 오는 11월에는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새 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케이채 작가의 자세한 활동은 그의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Weligama, Sri Lanka. 2015. 16x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Weligama, Sri Lanka. 2015.
16×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Cafe LOB에서 2016년 9월 한 달간 전시하고 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매달 좋은 작가들이 전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 또한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사실, 언젠가 한 번 불러주지 않을까 내심 오랫동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Cafe LOB이 처음 생겼을 무렵 직접 방문하셨던 적이 있을 정도로 윤종신의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3집인 [오래전 그날] 음반을 좋아했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새 음반이 나올 때면 빼놓지 않고 사서 들었습니다. 1, 2집 빼고는 모든 음반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홀로 뉴욕에서 지내던 10대 시절 특히 그 음악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짝사랑만 많이 하던 시절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Moscow, Russia. 2016. 16x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Moscow, Russia. 2016.
16×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이번에 전시하신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조금 갑작스레 전시를 준비하게 되어 작품들이 중구난방이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작년에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담았던 사진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외 아프리카에서 찍은 한 점과 제 작품 중 초기작인 2006년경 찍은 사진 세 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의 어떤 점에 반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어릴 때 관심이 있었던 건 그림이었는데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림을 정말 못 그립니다. 전공 없이 대학에 들어갔던 뉴욕 시절 첫 학기에 미술 수업들을 들었는데, 그때 다시 한 번 저의 실력 없음을 통감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함께 들었던 흑백필름 수업에 매료되었고 2학기부터 전공을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그리지 않고 그릴 수 있는 것이 사진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Shiraz, Iran. 2016. 16x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Shiraz, Iran. 2016.
16×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언제 어떻게 계속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진가로서 살아야겠다는 결정은 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무척 자연스러웠습니다.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10년 넘게 사진을 찍고 나서야 저만의 스타일에 확신이 생겼고, 그때야 사진 작업만 하면서 살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작가님은 여러 권의 사진집과 포토 에세이를 펴내셨을 정도로 ‘여행 사진’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특별히 ‘여행 사진’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늘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요. 저는 여행 사진가는 아닙니다. 물론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으니까 ‘여행 사진가’라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 저는 초기 사진계의 거장인 엘리엇 어윗이나 윌리 로니스가 그러했듯 단지 삶의 아름다운 단편을 담고자 하며 이를 위해 세상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할 뿐입니다. 여행 사진가의 사진과 제 사진의 핵심적인 차이를 꼽는다면 바로 연출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행 사진에는 보통 연출된 순간이 많지만, 제 사진에는 어떠한 연출도 없습니다. 진실된 순간을 찾아낸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여행하는 ‘거리 사진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 곳곳의 여러 삶이 만들어내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하모니를 발견해 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제 작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저절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Peshawar, Pakistan. 2015. 16x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Peshawar, Pakistan. 2015.
16×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그렇다면 ‘여행’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프로페셔널한 여행자는 아닙니다. 60개국을 넘게 세상을 여행했지만, 저의 여행은 언제나 사진만을 위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여행과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아무도 저의 이름을 모르는 곳, 제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것들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게 되는 장소를 사랑합니다. 제 자신을 늘 낯선 곳에 놓고 이방인으로서 바라볼 때 비로소 저의 사진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요즘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사진과 대중이 좋아하는 사진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늘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마 장르는 달라도 창작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겪고 있는 딜레마가 아닐까요. 영혼을 팔지 않으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사진 작업을 꾸준히 할 방법을 찾는 것이 늘 고민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최근 작가님의 이슈나 관심사가 있다면?
원래 어릴 때부터 음악 감상을 굉장히 좋아해서 2,500장 정도의 음반을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에 드디어 턴테이블을 샀습니다. 저는 CD세대이기 때문에 바이닐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언젠가 윤종신의 음반들도 바이닐로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Arba Minch, Ethiopia. 2015. 16x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Arba Minch, Ethiopia. 2015.
16×24 inch / digital pigment print
앞으로의 작업/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오는 11월경 새로운 포토 에세이가 나올 예정입니다. 1년 넘게 씨름했던 원고라 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책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여행과 그 안에서 담아낸 사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작과는 달리,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말은 새 책 홍보를 하는 데 집중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윤종신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 무척 반갑습니다. 저의 사진과 이름을 기억해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