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의 작가는 강연지이다. 곧 미대 졸업 전시를 앞두고 있는 그녀는 색을 쓰는 것을 좋아해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그림을 칠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하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해왔다. 그녀는 발레리나들, 특히 무대 위에 오르기 전의 발레리나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무대 뒤에서 혹은 무대 옆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설렘과 초조함, 긴장감과 불안함이 뒤엉킨 청춘의 마음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강연지 작가의 자세한 활동은 그녀의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Ballerina72/ 210x297 / oil pastel on paper
Ballerina72/ 210×297 / oil pastel on paper
Cafe LOB에서 2016년 8월 한 달간 전시하고 계신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개인전이라고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어쨌든 혼자 하는 전시는 처음이라 제안 받고 조금 놀랐고 기뻤어요. 전비 준비하면서 액자를 구매하고 그림을 고르는 하는 모든 과정이 새로웠습니다. 특히 작품을 설치하고 보니 카페 공간에 제 그림이 잘 스며든 것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설치하는 과정에서 도와주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번에 전시하신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담은 총 12점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게 아니라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모습들을 담았어요. 무대에 오르기 직전, 연습 과정, 발레 수업 등 공연을 위한 과정들이 주를 이룹니다.

Ballerina75/ 210x297 / oil pastel on paper
Ballerina75/ 210×297 / oil pastel on paper
그림을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미대에 들어왔지만 그림 그리는 수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오히려 대학에 와서는 그림을 많이 그리지 못했어요. 그러던 도중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한두 달간 돌아다닐 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집에서 하나 둘 그림을 그리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계속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루는 그림을 못 그린 날이 있었어요.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오늘은 그림을 안 그렸네’라는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찝찝하더라고요. 곧바로 다시 일어나 책상에 앉았고 색연필을 쥐었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든지 그림은 계속 그려야겠다 싶었고요. 전업 작가가 되어 계속 그림을 그릴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allerina77/ 297x210 / oil pastel on paper
Ballerina77/ 297×210 / oil pastel on paper
특별히 선호하는 작업 방식도 소개해주세요.
디지털 드로잉보다는 재료를 손에 직접 쥐고 그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특히 색칠하는 것을 좋아해서 면적을 빠르게 칠할 수 있는 크레파스와 물감을 좋아해요. 불투명하고 두터운 질감으로 흰 종이에 색을 올릴 때 가장 신이 납니다. 스케치를 하면서도 빨리 색칠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되도록 스케치를 빨리 끝내고 색을 하나하나 쌓아가듯 그림을 완성합니다.

Ballerina90/ 210x297 / oil pastel on paper
Ballerina90/ 210×297 / oil pastel on paper
요즘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주로 사진을 보고 그리는데, 이게 버릇이 되다 보니 스스로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냥 예쁜 그림이 아니라 계속 생각나거나 머물러 보게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담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텍스트를 이해하고 그림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것 때문에 요즘 스케치만 해보는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가님의 이슈나 관심사가 있다면?
제 그림이 발레리나가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으니까 보신 분들이 혹시 발레나 무용을 배웠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근데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한 번쯤 배워보고 싶어요. 직접 배워보면 책이나 사진 속에서 찾을 수 없는 과정들을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제가 여행을 정말 좋아해서 내년에는 조금 긴 여행을 떠나려고 해요. 육 개월에서 일 년쯤. 요즘은 그 여행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Before Standing The Stage /420x297/ oil pastel on paper
Before Standing The Stage /420×297/ oil pastel on paper
앞으로의 작업/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큰 종이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전보다 좀 더 꼼꼼히 곱씹어가며 작업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저에게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매체 <월간 윤종신>에 그림을 싣게 되어 기뻐요. 힘찬 9월을 맞이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