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LOB 7월의 작가 : 박성옥
2016년 7월의 작가는 박성옥이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그녀는 주로 연필이나 샤프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조금 더 솔직하고 숨김없는 이야기를 담은 ‘소녀’ 연작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박성옥 작가의 자세한 활동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Cafe LOB에서 2016년 7월 한 달간 전시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뭔가 그럴싸한 말로 소감을 밝히고 싶지만, 그저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아요. 조금 설레고 두근거리기도 하고요.
이번에 전시하신 작품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요즘 계속 작업 중인 소녀 연작 시리즈입니다. 저는 작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늘 내면을 표현했다고 으레 대답하곤 하는데요. 사실 그림 속 소녀에 저 자신을 투영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의 의도를 배신하고 자기 미화를 통한 정신 승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어요. 이런 의심 속에서도 궁극적으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숨김없는 자아’인데요. 누구나 다 미완성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어른이 되었더라도 그 속에는 아직 다 크지 않은 소년, 소녀가 사는 것 같아요. 이런 어린 자아를 통해 표현한다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솔직하더라도 조금 덜 쑥스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소녀들을 앞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사진이 배우고 싶어서 사진학과에 갔어요. 그런데 막상 배우고 보니 금방 시큰둥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리저리 다른 과 수업을 살펴보다가 드로잉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아마 그게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주 작은 시작이었죠. 그 뒤로 엄청난 계기가 있었다거나 어떤 신호를 느꼈다거나 혹은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더니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길로 은근슬쩍 들어오게 됐어요. 특별히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즘에는 주로 종이나 비단에 드로잉 작업을 많이 해요. 연필이나 샤프로 색을 반복해서 덧칠하는 작업인데요. 굉장히 가느다란 선으로 넓은 면을 빼곡하게 채우는 과정이 마치 참선하는 스님의 수행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마음을 비우고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처럼요. 그림을 그리는 건 저에게는 마음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는 작업 같아요.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리고 완성이 될 때까지 약간의 지루함이 있지만, 저는 어떤 것에 공을 들이는 시간, 그 자체가 좋아요. 뭔가를 끝냈을 때 ‘아… 하얗게 불태웠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끝까지 쏟아내고 싶어요. 요즘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숙제 같은 건데요. 재료 연구에 관한 공부입니다. 미술 수업을 듣긴 했지만, 전공자가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접해보지 않아서 작품 보존이라든지 재료 선택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많이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살아보니까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 하려면 하기 싫은 일 열 가지 정도는 참고해야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번뇌의 순간들이 반드시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잘 견디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최근 작가님의 이슈나 관심사가 있다면?
저는 늘 건강에 관심이 많아요. 어린 시절부터 불로장생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요즘은 세상이 건강하지 않아서 걱정입니다만).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려면 아무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생각해서 안과 밖이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주변 환경도 건강하고 싱그럽게 만들고 싶어서 요즘 부쩍 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는데요. 식물은 그저 자신의 길을 가는 것뿐이지만, 제가 식물이 싹을 틔운다든지 꽃을 피운다든지 하는 모습에서 어떤 답을 얻을 때가 있어요. 햇볕을 듬뿍 받아 짙은 녹색으로 흐드러지게 핀 잎사귀를 볼 때면 굉장한 관능미를 느끼기도 하고요. 식물에게 영감을 받고 있어요.
예전부터 진행해오던 프로젝트인데, ‘얼굴이 가진 신비한 약점’ 이라는 주제로 계속 초상화를 그려 왔어요. 사람들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기묘한 약점들을 가진 매력적인 생명체인 것 같아요. 그 그림들이 묶여서 책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년 2, 3월쯤 또 다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저는 제 그림을 보여드리고 이야기를 하는 일에 늘 쑥스러움을 느껴요. 그래서 이럴 땐 괜히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만 같네요.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