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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박봉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교사 부부가 마트에서 장을 본 후, 터질듯한 장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물가가 너무 올랐으니 식비를 줄일 방도를 찾아야겠어. 꼭 필요한 것만 사자”라고 투덜거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 일상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교사 부부, 크리스토퍼와 캐리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간다. “세상에는 하루 1달러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도 이걸 해볼까?”라는 결심을 하고, 한 달에 6만8천 원 정도의 음식만으로 살아간다. 이를 위해 여러 곳의 마트를 돌며 대량의 밀가루와 콩 등 음식 재료 가격을 비교하고, 그렇게 구매한 음식을 측량해서 가격을 매기며, 직접 식빵이나 토르티야 같은 가공식품을 직접 만든다. 부족한 디저트는 땅콩버터를 한 숟가락 퍼먹는 것으로 대신한다. 한 달 동안 아주 자주 배가 고프고, 자주 화가 나고, 여러 번 다투며, 몇 번의 위기를 거친 끝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난다. 이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이건 단순히 하루 1달러로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과식과 비만, 빈부 격차와 판매 마진이 너무 높은 식재료 유통 등 여러 가지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 사회는 늘 ‘먹어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한다. 맥도날드는 싸고 먹기 편하지만,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는 어렵다. 특히 가난한 동네에는 싱싱한 채소를 저렴하게 만드는 마트가 없다. 비싸게 파는 채솟값 중 유통자가 가져가는 몫이 너무 많아서, 생산자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캐리와 크리스토퍼 부부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블로그 방문자가 늘고, 매체에서 취재를 오고, 이들의 인터뷰가 야후 메인에 소개되고, 결국 총체적인 식생활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그것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멋진 책으로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이를 통해 내가 변한 것처럼 타인과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내 부족함이 명확히 보였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업을 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크리스토퍼와 캐리는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먹고 사는 일’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다.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살아볼까?’라는 농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경험 과정에서 궁금한 점은 더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으로 삶을 바꾼다. 크리스토퍼와 캐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자나 캔에 든 가공식품으로 쇼핑카트를 가득 채우며, 한 달 식비가 600달러를 넘기며 살았다. 푸짐하게 만들어 남으면 버렸고, 괜히 마트를 어정거리며 쓸 데 없는 물건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이후 식비는 30% 줄었고, 카트를 미는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블로그를 통해, 방송을 통해, 세상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것을 전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전히 고등학생을 가르치면서도, 이들은 세상을 바꾸었다.

여전히 내가 더 긍정적이라고 믿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고, 그 수단은 내가 쓰는 글이길 바란다. 그러나 전처럼 아주 훌륭한 글을 써서, 등단 혹은 출판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하루에 1달러어치 음식을 먹고 살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SNS에 지속해 문제를 제기해서 수십 년 동안 뿌리 뽑지 못한 범죄 사이트를 폐쇄하는 사람도 있다.

소설 ‘태양의 계절’에서 한 남자가 소리친다. ‘나는 날고 싶어! 태양을 만지고 싶어!’ 그러자 그의 아내가 이렇게 대꾸한다. ‘먼저 달걀이나 다 먹어요.’ 맞는 말이다. 먼저 달걀을 먹고, 지금의 내 삶을 살아가면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On a Dollar a Day
지은이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케리 레너드
옮긴이 김난령
출간 정보 타임북스 / 2010-11
미국의 한 평범한 고등학교 부부 교사가 한 달 동안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각자의 관점으로 번갈아 쓴 일기를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엮은 책이다. 한 달 동안 1달러로 먹고 살기, 한 달 동안 정부에서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푸드 스탬프로 살기, 건강한 식단으로 살기 총 세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건강한 식생활과 삶을 찾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들의 시작은 단순히 식비를 아끼기 위한 프로젝트였으나, 진행할수록 복잡한 과정과 맞닿아있음을 알게 된다. 음식을 사서 먹는 단순한 행위가 실제로 식품의 제조와 유통, 빈민층의 삶과 건강,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봐’ 불안해하며 올린 식사 일기가, 많은 방문자에게 노출되며 끝내 뉴스쇼에 나가는 등 큰 사회적인 파장을 얻는 과정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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