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의 작가는 최지욱이다. 그녀는 2014년 8월 Cafe LOB에서 생애 첫 전시를 열었던 바 있으며,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된 신진 아티스트 중에서 처음으로 두 번째 초대장을 받았다.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녀의 작품 세계는 눈에 띄게 변했다. 만화적인 감수성과 화려한 색채가 돋보인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최대한 힘을 빼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2014년 8월호(Vol.24)에 실린 그녀의 지난 작품들과 최근 작품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번 전시를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최지욱 작가의 자세한 활동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완전히 조각되지 못한 얼굴1 / A3 / digital
완전히 조각되지 못한 얼굴1 / A3 / digital
2014년 8월에 이어 또 한 번 Cafe LOB에서 전시하게 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2년 사이의 나는 어땠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여전히 미숙하지만 조금은 의연해졌습니다. 힘을 빼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Cafe LOB에서의 전시가 작가님의 첫 전시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전시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잘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첫 전시라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준비했던 기억이 이벤트처럼 남아있습니다. 전시라는 걸 하면서 피드백도 받게 되었고,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게 되었고요. 좋았습니다.

완전히 조각되지 못한 얼굴2 / A3 / digital
완전히 조각되지 못한 얼굴2 / A3 / digital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SNS에 그림을 올리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이사한 느낌으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냈습니다. 청탁받아 일도 해보고, 소소한 전시들도 하고, 책과 엽서도 만들면서 즐겁게 지냈어요.

작업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일단 그래픽 노블이 떠오르는 만화적인 그림체와 화려한 색깔이 눈에 띕니다. 작업에 이러한 큰 변화를 시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주제에 따라 그리는 방식도, 그림체도 잘 변하는 편입니다. 일관된 그림체를 고수하는 성격이 못 되는지도 몰라요. 건조하고 평편한 정서는 그대로 가지고 가되, 그 외의 요소들은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보고 있어요. 어떻게 그리는 것이 이 주제에 더욱더 어울릴까 고민하는 작업이 재밌기도 하고요.

우주의 소파 / A5 / 펜과 수채
우주의 소파 / A5 / 펜과 수채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도 궁금합니다.
항상 큰 목표는 힘을 빼고 그리는 것이에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접근할 때도,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부담을 갖지 않고 가벼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는 어떤 테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테마라고 하면 ‘만화’일 것 같아요. 만화적 언어와 요소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그린 그림들이에요. 평소에 틈틈이 썼던 메모들을 그림으로 옮긴 것인데, 논리가 없거나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그 메모들의 느낌 그대로를 그림에 반영했습니다.

안전한 상태에 대한 메모 / A5 / 펜과 수채
안전한 상태에 대한 메모 / A5 / 펜과 수채
첫 전시 때는 ‘먹지’를 이용하셨던 작업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도 작업 방식에서 특징이 있다면요?
화면을 분할하고 나눈 것이 특징입니다. 쭉 나열할지, 갑자기 잘라낼지, 이어붙일지를 고민한 그림들이고, 시간과 공간을 고려해서 컷을 나누었다는 측면에서 정말 만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가 제거된 풍경의 나열, 맥락에서 떨어져나온 어떤 장면만을 짤로 저장해놓은 느낌입니다.

계속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그리는 것은 밥 먹듯이 편한 일은 아니지만, 일기를 쓰듯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기억하고 기록하고 스스로 납득하고 확인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데, 그 수단이 그림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고양이였다. / A5 / 펜과 수채
고양이였다. / A5 / 펜과 수채
앞으로의 작업/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꾸준히 전시도 하고, 그림 동네에서 좋은 이웃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올 한해는 일로 그리는 그림도 좋지만, 개인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윤종신> 디지털 매거진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해주세요.
꾸준히 멋진 매체 <월간 윤종신>에 다시 그림을 싣게 되어 기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