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
세 식구가 먹을 양의 음식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보니 혼자 지내면서 1인용 요리를 할 때마다 번번이 양 조절에 실패했다. 세 끼를 카레만 먹거나, 일주일 동안 미역국을 먹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가 아신다면…
『출판하는 마음』 & 『부디 계속해주세요』
우리는 한 권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투입되는지 알지 못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누군가는 단연 저자이고,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분노와 혐오가 사는 마을 <쓰리 빌보드>
2018년 3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쓰리 빌보드>이다. <킬러들의 도시>와 <세븐 사이코패스>, 단 두 편의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한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이다. 참혹한 살인 사건으로…
‘피해자 다운 피해자’ 같은 건 없다
“안젤라 일에 관해서는 마을 사람 모두가 당신 편이예요. 하지만 광고판에 관해서는 아무도 당신 편이 아니예요.”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를 비난하는 광고판을 내릴 것을 설득하러 온 몽고메리 신부(닉 시어시)의 말에서…
1977
엄마의 핸드폰을 바로 해지할 수 없어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말풍선 옆 숫자 1은 계속 남아있고 답장을 받을 수도 없었지만, 타자를 치는 그 순간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가끔은 스크롤을 올려가며 과거의…
한남동에는 점집이 많다
J와 M은 그날 한남동 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은 네시였는데, M이 이태원역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세시 오십분이었다. M은 대로변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J도 도착 전인지 아직까지 휴대폰이 잠잠했다.…
『아르카디아』 & 『생리 공감』
여기, 어쩌면 가장 아름답고 슬픈 유토피아 소설이 있다. 『아르카디아』는 1960년대 후반 히피 문화의 중심에서 시작해 ’비트’라는 남자의 50여 년 간의 삶을 들여다보며, 유토피아란 과연 가능한 세계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책이다. 『운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