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

초여름의 어느 날 엄마와 더위를 피해 대형서점에 갔다. 내가 고른 미술책들을 같이 계산해주던 엄마에게 매년 엄마의 얼굴을 그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해 여름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엄마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을 시작으로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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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맨션

지난여름 남산맨션 일층에 있는 보마켓에 매일 들렀다, 고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남산맨션에 살았다면 매일 들를 수 있었을 텐데. 친구에게 말했고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남산맨션 앞 건널목에 서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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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느닷없이

당신의 책장이라니. 원고 청탁을 받고 ‘나의 책장’을 휘- 둘러보았다. 이미 책장에는 새 책을 꽂을 자리가 없다. 책장이 있는 방―차마 서재라는 점잖은 이름으로 부를 수 없으니까―에는 방바닥 여기저기 책들이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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