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 우리는 아이들
처음으로 들었던 음악이 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면서 클래식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접했던 것 같고, 집에 있던 전축에서 흘러나온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나 시카고의 음악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여름, 스피드』 &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여름, 스피드』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로 등단한 소설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이다. 발표될 때마다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며 화제를 모았던 중단편 소설 6편이 담겼다. 김봉곤은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일군의…
문 뒤의 폭력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6월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만나본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정 드라마와 사회 드라마, 그리고 스릴러 장르를 오가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남편을 떠나고 싶은 아내와 아내를 다시 가정으로 되돌려…
1986
가끔 예상치 못한 시간에 엄마 친구분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받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게 된다. 술을 한두 잔 드시다가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져 대신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시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엄마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친구, 언니, 동생이었던 사람.…
나, 어머니, 그리고 이오공감
칠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30대 중반의 나이였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올 때마다 어머니는 늘 내 손을 잡고 버스 종점 옆의 작은 레코드 가게에 들르셨다. 그곳에서는 <독수리 오형제>, <마루치…
밤은 빛나는 하나의 돌*
약속했던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는데도, 어쩐 일인지 그는 특별히 나를 힐난하는 기색 없이 맥주나 마시자고 했다. 나는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늦어버린 나머지 일정 수준의 미안함과 초조함을 넘어 어느 정도…
『당선, 합격, 계급』 & 『몸짓들』
『당선, 합격, 계급』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 4.3 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등 굵직한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문학계의 스타로 발돋움한 소설가 장강명의 르포다. 저자는 한국 사회 안에서 작가가 되는 ‘등단’ 방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