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 (5 PM)
그 할머니는 책을 모았다. 책등이 바랜 책만 모았다. 책등에는 검정 글씨만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도 괜찮다. 그게 아니면 몇 년 뒤에 책의 제목을 못 알아보게…
⟪임계장 이야기⟫ &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최근 서울 강북구 어느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졌다. 2014년 강남구에서도 어느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의 비인격적인 대우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으니, 이는 지금 이땅에서 노동하는 노인층에게…
5월 ‘소막창 야채볶음’
2020년 5월 ‘소막창 야채볶음’ 2020년 5월의 메뉴는 ‘소막창 야채볶음’. 정성껏 손질해 삶은 소막창에 맛된장을 더해 볶는다. 여러 재료를 넣고 끓인 간장물에 다시 소주, 미림, 레몬, 식초 등을 더해 완성하는 맛된장은…
무지개 너머 여전히 반짝이는 별을 보았네
직업적 이유로 그나마 남들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을 한다. 스타란 무엇인가. 무엇이 스타를 만들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가. 모두가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미워하는 게…
잔혹한 우연에 지지 않기 위해, 계속 걸어가기로 하자
<오즈의 마법사>,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스타탄생> 등의 걸작을 남긴 당대 최고의 스타 주디 갈란드의 인생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아역배우 시절 그의 에이전트 노릇을 했던 어머니는 오디션 기회를 대가로 영화계의 거물들을…
인생의 노래, 노래의 인생
내 삶에는 어느 시절이면, 온통 나를 휘감아 돌았던 노래들이 있었다. 어떤 노래는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게 해주었고, 어떤 노래는 내가 속해 있는 지금을 무엇보다 사랑하게 해주었다. 또 어느…
선택 과목 (4 PM)
희수는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항암 주사를 맞지 못했다. 입원 당일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열과 염증 수치를 내리는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오후 4시, 6인 병실은 고요하기…
《안녕, 나의 순정》 & 《외롭지 않을 권리》
만화잡지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만화방과 도서 대여점이 성황했던 그때 그 시절, 우리의 곁에는 단 몇 장의 그림과 대사만으로도 우리를 황홀한 신세계로 데려다주던 순정만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만화들을 빠짐없이 열심히 챙겨 읽으며…
개인화 공산품의 시작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상품” 수십 년 이상 접해본 식상한 표현이다. 이 표현의 기반인 ‘개인화’는 우리가 공산품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치를 매기고, 수제품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