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노래, 노래의 인생
내 삶에는 어느 시절이면, 온통 나를 휘감아 돌았던 노래들이 있었다. 어떤 노래는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게 해주었고, 어떤 노래는 내가 속해 있는 지금을 무엇보다 사랑하게 해주었다. 또 어느…
선택 과목 (4 PM)
희수는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항암 주사를 맞지 못했다. 입원 당일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열과 염증 수치를 내리는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오후 4시, 6인 병실은 고요하기…
《안녕, 나의 순정》 & 《외롭지 않을 권리》
만화잡지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만화방과 도서 대여점이 성황했던 그때 그 시절, 우리의 곁에는 단 몇 장의 그림과 대사만으로도 우리를 황홀한 신세계로 데려다주던 순정만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만화들을 빠짐없이 열심히 챙겨 읽으며…
개인화 공산품의 시작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상품” 수십 년 이상 접해본 식상한 표현이다. 이 표현의 기반인 ‘개인화’는 우리가 공산품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치를 매기고, 수제품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4월 ‘이베리코 숯불구이’
2020년 4월 ‘이베리코 숯불구이’ 2020년 4월의 메뉴는 ‘이베리코 숯불구이’. 플루마는 이베리코 베요타(스페인의 최고 등급 돼지 고기) 한 마리당 450g 정도밖에 되지 않는 특수 부위로 목살과 등심 사이에 위치해 있다. 육즙이…
정성껏 살면 복이 와요
마흔이 불혹의 나이라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이해불가한 말이다. 40대가 뿌리 깊은 소나무 같은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건,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나도 알겠다. 그럼 40대엔 뭘 어떻게 해야 한단…
그럼에도 봄은 온다
까마득한 비탈길을 오르던 찬실(강말금)은, 잠시 숨 돌리려 멈춰선 자리에서 말한다. “아, 망했다. 완전히 망했네.” 방금 전까지 용달차 한 대도 못 들어올 것 같다며 투덜대던 스태프들은 화급히 답한다. “에이, 아닙니더! 비록…
물통줍기 (3 PM)
우리는 풀밭에 누워 날아오는 물통을 보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날아오던 물통이 갑자기 마구 떨어지더니 산 여기저기로 굴러갔습니다. 벅지가 물통을 쫓아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깨에 멘 비닐 가방이 번쩍였지요. 저는 도로 누워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