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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이상을 향한 무모한 믿음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스키)를 만나기 직전, 운디네(폴라 비어)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연인 요하네스(제이콥 맛쉔즈)와 함께 오던 카페를 찾았다. 30분 뒤에 돌아올 테니 기다렸다가 다시 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당부했지만 요하네스는 이미 떠나고 없다.…
우리의 일상도, 누군가에겐 공포다
* 영화 <런>(2020)과 <나이브스 아웃>(2019)의 경미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미합니다만, 그래도 영화를 보신 뒤에 글을 감상하실 것을 권합니다. 세상엔 사전에 예습을 하고 봤을 때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저기 거울 속에, 당신이 기다리던 얼굴이 있다
<밥정>(2018)의 주인공인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는 영화 내내 극복할 수 없는 결핍을 채우려 노력한다. 어린 자신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돌아오던 길에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생모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에, 임지호 셰프는…
긍정하기로 했다. 세계의 비극에 맞서는 짧고 순진한 위로를.
로맨스물도 사람을 얼얼하게 만들 수 있구나. <어트랙션>(2019)을 보고 난 뒤 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스톡홀름의 유서 깊은 놀이공원 그뢰나 룬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풍의 로맨스는 좀처럼 은유를 모른다.…
그런다고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남매의 여름밤>은 콕 짚어 줄거리를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물론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하진 않다. 아빠(양홍주)의 사업이 망하자,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는 아빠와 함께 짐을 싸서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김상동)의 오래 된 이층 양옥집으로…
아이의 시간을 기억하며
나는 초중고 12년을 어떻게 살아남았더라. <소년시절의 너>(2019)를 보고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유년시절의 기억은 어쩐지 김 서린 유리창 너머로 보는 풍경처럼 흐릿하다. 물론 단편적인 기억들은 난다. 어떤 해에는 부모님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지천에 널린 세잎클로버를 찾는 일
“가만 보면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인데, 행운을 찾느라 눈앞의 행복을 놓치고 있다’ 운운하는 사람치고 정작 세잎클로버를 뽑아서 책갈피로 말려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연인과 함께 풀밭을 산책하면서 나눌…
장국영, 슬픔만으로 기억되기엔 너무 찬란했던 남자
세상엔 유달리 슬픔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장국영이 그렇다. 그토록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사실은 남 모를 어둠에 사로잡혀 고통받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탓이다. 17년이 지나도 그 슬픔을…
잔혹한 우연에 지지 않기 위해, 계속 걸어가기로 하자
<오즈의 마법사>,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스타탄생> 등의 걸작을 남긴 당대 최고의 스타 주디 갈란드의 인생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아역배우 시절 그의 에이전트 노릇을 했던 어머니는 오디션 기회를 대가로 영화계의 거물들을…
그럼에도 봄은 온다
까마득한 비탈길을 오르던 찬실(강말금)은, 잠시 숨 돌리려 멈춰선 자리에서 말한다. “아, 망했다. 완전히 망했네.” 방금 전까지 용달차 한 대도 못 들어올 것 같다며 투덜대던 스태프들은 화급히 답한다. “에이, 아닙니더! 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