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사랑해 오늘따라

시간을 되돌려 볼까요. 흐린 하늘의 아침, 나는 아직 침대에 누워 일기예보를 들어요. 큰비가 내린다고 해요. 호우주의보와 함께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라는 뉴스가 나오죠. 이런 날은 해수욕장에도 사람이 드물 거예요. 해변의 파라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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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hour (8 PM)

“밤이 오지 않습니다”하고 그가 말한다. 기차는 한 방향으로, 주기적으로 멀어진다. 지평선에 태양이 걸쳐 있다. 어스름한 땅거미나 노을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육교 난간에 팔을 기대고 있다. 나는 그의 등에 팔을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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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a hand (7 PM)

그녀의 아들이 뉴욕을 선택한 것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 사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었으리라. 조지아에서 한적한 숲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지낼 수도 있었고, 프랑스에서 작은 파티오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밤을 보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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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 (6 PM)

산주가 유리병을 돌려달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산주, 내 여동생이 맞았다. 이번에는 그랬다. 그 애가 라믹탈 칠십 알을 토해내고 살아난 날로부터 보름 뒤의 일이다. 처음에 나는 산주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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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 (5 PM)

그 할머니는 책을 모았다. 책등이 바랜 책만 모았다. 책등에는 검정 글씨만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도 괜찮다. 그게 아니면 몇 년 뒤에 책의 제목을 못 알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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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4 PM)

희수는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직 항암 주사를 맞지 못했다. 입원 당일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열과 염증 수치를 내리는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오후 4시, 6인 병실은 고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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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줍기 (3 PM)

우리는 풀밭에 누워 날아오는 물통을 보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날아오던 물통이 갑자기 마구 떨어지더니 산 여기저기로 굴러갔습니다. 벅지가 물통을 쫓아 뛰기 시작했습니다. 어깨에 멘 비닐 가방이 번쩍였지요. 저는 도로 누워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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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 (2 PM)

나는 벌렸던 다리를 재빠르게 오므렸다. 무릎에 맞고 튕겨진 휴대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일 위에 떨어졌다. 허리를 굽혀 천천히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가느다란 실금이 여러 갈래로 생겼지만 터치를 하거나 화면을 보는 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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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한 기표 (1 PM)

지금 기정은 T시의 민박 예약 사이트에서 건물 외관 사진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몇 해 전의 어느 날이었다. “저기서 이 주를 지냈어.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었는데.”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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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12 PM)

상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시고, 추가로 필요한 부분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최효정 드림. 효정은 모니터를 노려봤다. 정확히는 자신이 작성한 메일 속 한 문장을. 그것이 잘못되어서는 아니었다. 효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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