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posts
괜찮다. 투어 중 길을 잃어도, 처음 잡은 목표를 잃어도.
평범한 우리가 비틀스처럼 위대한 이들의 여정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는 건 웃기는 일이지만,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 저게 무슨 감정인지 알 것 같다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처음 시작할…
디스토피아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
만들어진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2006)은 언제 봐도 소름 끼치는 예언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우울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자살 약의 판매를 허가하고, 죽음은 상품이 되어 TV 광고를 탄다. 세상에서 제일 어린…
어떤 거짓은 진심에 더 가깝다
이상하지. <최악의 하루>(2016)의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가 던지는 거짓말들은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니다. 자신을 다른 여자 이름으로 불렀다는 이유로 현오(권율)에게 불 같이 화를 내고, 전처와 재결합할 거라면서 자신에게 미련이 있는 것처럼…
매 순간 처음처럼 바보 같고 무모하게
이것은 4D 영화인가.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은 관객의 얼굴을 향해 테스토스테론을 직사하는 영화다. 사고 치지 말라는 코치의 말은 귓등으로 넘긴 채 온갖 술이란 술은 다 섞어 마시고, 오만 여자애에게 치근대며, 괜한…
그 지붕 위에서의 한나절을 무한히 연장할 수 있었다면
※이 글은 영화 와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전에서 ‘웃자라다’의 의미를 찾아봤다. “(식물의 줄기나 잎 따위가) 지나치게 많이 자라서 연약하게 되다.”는 뜻이란다. 일조량이 부족한 식물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제…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이소라, 바람이 분다) 이별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힘들게 내뱉은 말이지만, 이 말만큼 사랑의 본질을 잘 담아낸 문장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어쩔 수 없다’는 악순환을 넘어서
* <천하장사 마돈나> (2006)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등>을 보고 나서 한참을 고민했다. 나도 뭔가 맞으면서 배웠던 적이 있었던가? 간신히 떠올려낸 기억은 두 개였다. 나눗셈의 값을 앞에서부터 쓰는 게 아니라 곱셈…
헤일, 미스터 맥도날드!
고교 시절 몸담았던 동아리엔 매년 축제 때마다 창작 시극(詩劇)을 선보이는 전통이 있었다. 그해 극본은 1학년인 내 몫이었는데, 이례적으로 많은 수의 신입생이 들어왔던 해라 되도록 배역을 많이 나눠줘야 했다. 장고 끝에…
하물며, 코끼리조차
알고 지내는 수의사 선생은 종종 인간만이 지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코끼리를 예로 든다. 선생에 따르면 코끼리는 무리 중 한 마리가 죽으면 시신 앞에 모여 작별인사를 건네고, 나중에 그…
더 어둡고 넓은 하늘을 찾아가는 노력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 손바닥만 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별이 보인다. 어쩌면 인공위성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냥 별이라고 믿고만 싶은 희미한 불빛 몇 개가 까만 하늘에 흰 점처럼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