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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어른들
시스템이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는 순간 비리가 자라난다. 로메오(안드리안 티티에니)도 그렇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젊은 날을 희생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바꾼 것 같지 않은데 자신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삶에 그늘이 많은 유년을 보낸 아이들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본다. 남들이 웃고 떠드는 일들에 함께 웃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신 남들이 눈 여겨 보지 않는 것들을 혼자 바라보는 시간이…
그들의 노래는 나의 노래입니다
“이번 당선으로 이성애자가 게이들의 도시 장악을 염려하는데요. 모두를 위한 의원이 되실 겁니까?” 샌프란시스코 시 의원에 당선되던 날 밤, 하비 밀크(숀 펜)는 하나마나한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이 함의하는 바는 다양하다. “당신들의…
예술의 윤리를 현실의 부조리 앞에서 재현하기 위하여
※ 영화 <세일즈맨>과 <시>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는 영화 내내 단죄를 위해 뛰어 다닌다. 겉보기에 그의 여정은 아내 라나(타라네흐 알리두스티)를 습격한 괴한을 찾아 정의를 세우고 라나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비의 죄를 제 피로 대신 씻는 아들들
지뢰를 제거하는 소년병들에 관한 이야기인 <랜드 오브 마인>을 보면서, 난 문득 지뢰를 묻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궁금해졌다. 나치 강점기 5년 동안, 나치는 혹시 모를 연합군의 상륙을 막겠답시고…
가족이라는 요란한 파열음
세상에 가족만큼 망치기 쉬운 관계도 드물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우린 가끔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 삶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의도를 넘겨짚고, 혼자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믿으며 상대를 상처 입힌다.…
손을 잡자,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이달의 영화로 <스포트라이트>가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있었다. 1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70여분간의 기자회견은 성공적이었고, 미국의 진실을 은폐하는 ‘가짜뉴스’ 매체들이 그 사실을…
책임지는 자가 가족이 된다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결말만 보면 <매기스 플랜>은 매기(그레타 거윅)가 끝내 목표했던 바인 “남편 없이 아이만 가지는 삶”을 어찌어찌 쟁취해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참 험난하다. 아이와 자신만…
다른 세상, 다른 새해를 소망하며. 해피 뉴이어
몇 년 전 몸에 생긴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은 후, 나는 가급적 건강보험 급여 항목 범주 안에서 아파야 한다는 귀한 사실을 배웠다. 심상치 않은 몸 상태로 검진을 받아도 확진을 받아…
안아주자, 우리를 이루는 자질구레함을 <비카인드 리와인드>
이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것과 남길 것으로 가진 물건들을 분류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한답시고 짐을 정리할 때, 난 수년간 모아왔던 V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