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 (2 PM)

나는 벌렸던 다리를 재빠르게 오므렸다. 무릎에 맞고 튕겨진 휴대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일 위에 떨어졌다. 허리를 굽혀 천천히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가느다란 실금이 여러 갈래로 생겼지만 터치를 하거나 화면을 보는 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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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한 기표 (1 PM)

지금 기정은 T시의 민박 예약 사이트에서 건물 외관 사진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몇 해 전의 어느 날이었다. “저기서 이 주를 지냈어.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었는데.”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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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12 PM)

상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시고, 추가로 필요한 부분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최효정 드림. 효정은 모니터를 노려봤다. 정확히는 자신이 작성한 메일 속 한 문장을. 그것이 잘못되어서는 아니었다. 효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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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팅 (11 AM)

질펀히 흐를 용(溶)자를 쓰는 용수를 태운 비행기가 막 활주로에 들어섰다. 몇 시간 전보다 빨라진 시각과 낮아진 기온을 안내하는 기장의 멘트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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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출구 스타벅스 (9 AM)

-오전 9시라는 시간이 아직 존재하는 곳이 있대. m의 말이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벌떡 일어나 되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나의 과한 리액션에도 m은 읽던 책을 놓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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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 Lag 8 (8 AM)

LAX – ORD 8:03 AM UNITED 1598 나는 아이폰의 메모장을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2시 37분. 구글맵을 켜고 금요일 오전 6시 출발 웨스트 헐리우드에서 LAX 공항까지 자동차로 이동 예측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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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트 (6 AM)

그들은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새벽 네 시 반. 취한 자도 우는 자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지인은 팔 위에 고개를 얹고 거의 감긴 눈을 힘겹게 깜박였다. 기진은 자신의 무릎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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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벽의 온기 (5 AM)

가까스로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기 전, 그녀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과 필라델피아 같은 이름을 지닌 도시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날아다녔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근사한 꿈은 아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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