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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 손끝으로 듣는 노래
나는 책 수선가가 되기 전까진 줄곧 독서는 눈으로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눈과 귀는 물론, 손으로도 책을 읽고, 심지어 코로도 책을 읽는다. 오디오북이나 점자책이 있으니 귀와 손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랜 친구, 침묵의 소리
내가 처음으로 기타를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내 기타가 아니다. 나보다 두 살 위인 형이 중학교 입학 선물로 부모님께 받은 선물이었다. 언제나 밥…
최선을 다한 우울의 끝엔 뭐가 있나요
“요즘 내가 아는 30대 중반 중에 행복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미화 작가님 주변엔 있어요?” “행복한 사람…. 윤혜은 있잖아.” 책방으로 출근하자마자 동업자인 미화 작가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그가 이웃책방인…
내 운명을 고르자면
“지금 내가 가장 두려운 것. 옆자리 커플이 우리를 사이비 모임이라 생각하는 것.”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부산의 한 카페, 커플은 2시간째 싸우고 있었고, 옆엔 30대 여자 세 명이서 자신의 장점 100가지를…
당신이 노래하는 마을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은 비포장이어서 걸핏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나 팔꿈치가 까지기 일쑤였다. 그곳은 구슬치기, 공기놀이, 땅따먹기, 소꿉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터였지만 농부가 소달구지나 돼지를 몰고 오갔으며, 이따금 갓을 쓴…
이도 저도 아니에요
“무슨 일하세요?” 무척 쉬운 질문 같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성격인데도 최대한 고민한 후에 명확한 답변을 내려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뒤따른다. 프리랜서라고 답하기엔 분명…
잃어버린 나를 만나는 시간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만 좋아하던 나는 음악을 잘 듣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나는 조용한 골방에 틀어박혀 책장을 펼치고 온전히…